후카가와 유키코 < 아오야마대 경제학 교수 >

한국이 글로벌시대에 맞지않는 일본모델을 채용한 것이 오늘날 경제파탄의
요인이며 지금의 경제시스템을 파괴시켜 영.미모델로 바꾸는 것이 올바른
구조조정의 길이라는 여론이 있다.

이같은 주장은 단순하며 한국에도 위험한 발상이다.

일본에는 교과서적인 일본모델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다.

메인뱅크제도 중심의 기업금융, 종신고용, 연공서열에 따른 경직된
노동시장을 가리키는 일본 모델은 전후 경제부흥 실현을 위해 우연히
발생한 관습이다.

한국의 문제는 상당부분 일본이 경험하지 않았던 독자적인 구조에
유래하고 있다.

한국의 재벌은 한국만의 것이며 일본에는 그러한 시스템이 없다.

문제의 원인을 일본모델로 생각하는 것은 위안은 되더라도 구조조정을
호전시키지는 않는다.

한국의 구조조정이 영.미모델로 가는 것도 문제가 있다.

IMF의 처방전은 각국의 고유사정을 무시하고 있으며 각국의 사회 문화적
상황을 경시하는 측면이 있다.

한국인 사회에서 영.미인의 개인주의와 유럽식 투명성이 적합하지않는
한 이른바 영.미인시스템 등이 단기간에 도입되더라도 한국경제를
활성화시킬 수는 없다.

한국의 구조개혁은 한국사회의 활력을 살릴 수있는 한국형 시스템을
창조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세계의 자본주의는 다양하다.

한국의 구조조정은 통화금융위기에 대응, 외화를 유치하고 금융을
건전화시킨다는 단기적인 목표와 경제시스템을 전환해 시장기능을
강화시킨다는 중.장기적인 과제가 있다.

한국은 외화확보를 위해 IMF의 처방전을 실천, 투자자에게 한국은
살아난다라는 인상을 주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 점이 충분히 인식되어왔다.

후자는 단기간에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외국의 사례는 불안에 견뎌내지 못하고 개혁에 좌절함을 보여준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다가올 한국 구조조정의 성공은 이의 달성에 있다.

파괴없는 구조조정은 과거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지
않는다.

험난한 선진국의 국제경쟁 대열에 끼기 위해서는 축적해온 것을 포기하는
것은 자살행위다.

그러면 과거의 전면부정이 아닌 구조조정이란 무엇인가.

한국의 경제발전은 세가지 장점으로 지탱되어왔다.

첫째 정보공유에 의한 발빠른 의사결정이다.

둘째 강한 기업가정신을 꼽을수 있다.

셋째 탄탄한 산업금융이다.

이것은 시장중심적인 경제체제로 이행되어도 유지 강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과거의 제도및 운용은 더이상 통용되지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

정보확대에 의한 민간주도의 산업 선택,탄탄한 기업층의 창출, 정확한
간접.직접금융의 조합에 의한 효율적인 자본공급시스템으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

개혁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은 이들 새로운 틀을 제공하고 재벌을 정부의
영향아래 독립시켜 기업간 경쟁환경을 정비해나가는 것일 것이다.

한국은 앞으로 개혁을 단행하고 외국투자자를 납득시켜 나가지않으면
안되지만 극히 이기적인 시장동향에 우롱당하거나 일관된 방향성을 잃게
된다면 본말이 전도된 격이 되고 만다.

시장이 요구하는 것은 개혁의 과정보다도 한국시장에 대한 신뢰이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진행되어온 한국의 구조조정과정을 살펴보면 세가지 유의사항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목표가 정립된 금융부문의 처리를 가속화시키고 단호하게 공적자금을
투입, 신용경색을 멈추게 해야한다.

신용경색으로 실물경제의 손상이 커질수록 불량채권이 늘어나고
회복불능의 상태에 빠져드는 것은 일본의 예를 보아도 분명히 알수있다.

둘째 본격화되고 있는 기업 구조조정의 경우 정부 은행 재벌 노조는
우선 자기책임의 원칙아래 서야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공정거래법을 강화하거나 경영자에 대한 명확한 책임추궁으로
시장규칙을 강화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기업가는 뼈아픈 구조조정을 솔선해 실천함으로써 조직을 방어해야한다.

셋째 긴축정책에서 벗어나 실물부문의 붕괴방지로 전환함과 동시에
노동시장의 유동화에 진지하게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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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지난달 31일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
"세계경제 위기에 따른 한국경제활로의 모색"에서 발표한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