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를 변형시키면 해충 피해를 안받는 우수한 농작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유전자 변형은 예기치 못한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유전자를 조작해 특별한 성질을 가진 농작물을 만들어내는 유전자 재조합의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수입 담배에 유전자를 조작해 니코틴이 사람 몸에 잘 흡수되도록 만든
잎담배가 사용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논쟁은 더욱 뜨거위지고 있다.

유전자 재조합이란 한 생물에서 유전자(DNA)중 일부를 뽑아내 다른 생물의
유전자에 인공적으로 붙이는 생물공학기술.

지구상 생물의 유전자는 모두 아데닌(Adenine, 표시기호 A), 구아닌(Guanine
G), 시토신(Cytosine, C), 티민(Thymine, T) 등의 염기로 구성돼있다.

유전자는 여러개의 염기가 연결된 것으로 생물이 독특한 기능을 하도록
만드는 정보를 담고 있다.

이 가운데 원하는 기능을 가진 것을 골라 다른 생물에 이식하면 새로운
생물이 "창조"된다.

예를들어 무 유전자를 배추에 붙이면 "무 뿌리를 가진 배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유전자 재조합은 세계적으로 부족한 식량자원을 대량 생산하는데 주로
사용되고 있다.

해충이나 잡초제거용 제초제에 저항성을 가진 곡물 등을 만들면 생산량을
높일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또 당뇨병 쥐등 특수한 실험용 동물을 만들기위해 이용되기도 한다.

유전자 재조합을 이용한 식량자원이 등장한 것은 90년대초.

최초로 상품화된 것은 94년 미국 칼진사가 개발한 저장성이 향상된 토마토와
중국에서 선보인 바이러스저항성 토마토였다.

이후 제초제나 병충해등에 강한 콩, 옥수수, 감자 등이 집중적으로 개발됐다

현재까지 상품화된 유전자 재조합 농작물은 10여종.

국내에서는 상품화된 것은 전혀없고 개발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단계다.

유전자 재조합 농작물은 주로 미국과 캐나다등에서 재배되고 있다.

제초제에 내성을 가진 대두는 이 지역 총 수확량의 40%에 이르며 병충해내성
옥수수는 약 25%에 이른다.

이처럼 식량자원증대에 이용되는 유전자 재조합도 이윤만을 좇는 기업이
악용하면 해를 끼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켄트 등 8종의 수입담배에 사용된 슈퍼니코틴 잎담배 "Y-1".

유전자를 재조합해 만들어진 Y-1은 몸안으로 흡수되는 니코틴의 양을 늘려
담배의 중독성을 70%이상 높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는 Y-1이 문제가 돼 워싱턴주를 비롯한 40여개 주정부가 해당 담배
회사들을 상대로 지난달 소송을 제기했다.

Y-1은 수입담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산담배에도 사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담배인삼공사가 미국 국제연초시장에서 연간 5천t씩의 잎담배를 수입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재배한 콩과 옥수수도 국내로 반입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들은 식탁에 오르는 콩이나 감자가 유전자 재조합에
의해 생산됐는지 알 길이 전혀 없다.

포장 등에 유전자 재조합으로 생산됐다는 표시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소비자단체들이 유전자 재조합 식량의 국내유통현황과
안전성 등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규명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그러나 유전자 재조합 농산물의 유통현황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전자 재조합 식품을 구분해 유통시키거나 포장 등에 표시하는
경우가 없어 국내에 반입되는 물량도 파악이 불가능하다는 설명.

안전성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는게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입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김창민 식품미생물과장은 "유전자는 소화과정에서 분해
되므로 유전자 재조합 식물에 포함된 특정유전자는 인체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식품을 먹고 인체에 부작용이 발생한 적이 없는데다 유전자 재조합
식품에 특별한 표시를 하지 않는 이유는 미국과 EU 등이 안전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과장은 "99년 상반기까지 유전자재조합 식품의 안전성평가를 의무화하는
규정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개발될 유전자 재조합 농산물은 물론 수입되는 모든 농산물을 이
규정에 따라 안전성을 평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유전자 재조합기술은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앞으로도 더욱 다양
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그러나 악용될 가능성도 커 "희망이 담긴 판도라의 상자"로 불리고 있다.

따라서 이 기술에 대한 관심과 감시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 김도경 기자 infof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