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리더는 세상변화를 꿰뚫어 볼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리더의 필수적인 자질은 역시 순간적인 상황판단 능력이다.

그래야 변화에 맞춰 조직을 정비하고 전략을 세울수 있다.

리더가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면 조직원 모두가 변화에 끌려다니지 않고
오히려 변화를 주도할수 있다.

거꾸로 리더의 자질이 부족하면 전체 조직이 어려움에 빠지거나 생존
자체를 위협받게 된다.

리더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하다.

최고경영자(CEO)의 자질에 따라 기업 운명이 엇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Masayoshi Son) 회장의 성공비결도 따지고 보면
정보화사회 발전단계를 제대로 꿰뚫어본데 있다.

그는 정보화사회를 4단계로 나누고 마지막 단계를 디지털 인포메이션
서비스(Digital Information Service)시대로 봤다.

소프트 뱅크와 같은 디지털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주역이 될
것으로 확신한 것이다.

손 회장은 "앞으로 20년간 흥미진진한 시기가 될 것이며 클라이맥스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해 사업에 강한 믿음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손 회장의 독특한 경영철학은 소프트 뱅크의 성장사에 그대로 반영됐다.

출발단계에서는 소프트 유통 출판사업으로 회사의 기반을 구축했다.

다음으로 합작(조인트 벤처)을 통해 파트너의 역량을 빌려 사업을
확장했다.

마지막으로 주식상장으로 획득한 자금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을 구사해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러나 소프트 뱅크의 경영이 항상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창업초기 출판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키워가던 손 회장은 극심한
시장경쟁으로 크게 고전했다.

설상가상으로 건강이 나빠져 병원출입이 잦아졌다.

건강 때문에 손을 뗐던 손 회장은 86년께 경영일선에 되돌아와 본업에
충실하자는 원칙을 세웠다.

당시에는 다른 사업에 눈을 돌릴 여유도 없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독립채산제를 바탕으로 한 팀제, 일단위 결산, 1천개의
경영지표관리 등의 독특한 경영관리방식이 등장하게 됐다.

팀을 중심으로 하는 철저한 권한위임과 이를 관리하기 위한 팀별 개인별
철저한 예산관리 등은 훗날 소프트뱅크가 대기업으로 성장한 이후에도
경영성과를 높이는데 기여했다.

기초를 어느 정도 닦은 손 회장은 90년 미국의 노벨사와 합작으로 일본에
노벨을 설립했다.

노벨사는 넷웨어(Net Ware)를 개발해 컴퓨터 다운사우징에 기여한 회사로
널리 알려져있다.

이 회사와 합작으로 소프트뱅크는 네트워크 인프라 프로바이더라는 새로운
얼굴로 변신한다.

원래 유통도매회사이며 출판회사인 소프트 뱅크는 사실 네트워크쪽은
"초보자"였다.

손 회장의 선견성과 추진력에 의해 네트워크 분야에 진출하게 된 것이다.

노벨과 합작으로 새로운 기술을 보유하게 된 소프트뱅크는 외국의
각종 벤더(판매상)들과 빈번하게 접촉하게 됐고 때마침 인터넷시대가 오고
있었다.

현재 가장 많은 접속 횟수를 보이고 있는 전세계 상위 12개의 웹 사이트
중 소프트뱅크그룹의 웹 사이트가 4개나 포함돼있다.

검색 엔진의 "야후" "야후 재팬", 인터넷상에 가상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는 "지오시티즈", PC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지프 데이비스 넷"이 그것이다.

이 4개의 사이트중 3개는 흑자를 보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인터넷상의 접속횟수나 광고수입으로 볼 때
소프트뱅크는 이미 정상의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성장의 또다른 전기는 94년 주식공개에서 찾을 수 있다.

소프트뱅크의 상장(Listing)은 창업한지 13년만에 이뤄졌다.

이후 소프트뱅크는 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세확장에 나섰다.

주식을 공개한 지 불과 4개월만인 94년11월 정보 네트워크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종합이벤트인 "인터롭"을 기획 경영하는 회사 "인터롭"을
2백억엔에 인수, 네트워크 기술의 최신 동향을 파악해 제품 포트폴리오에
반영하게 됐다.

또 인터롭이란 지명도를 이용해 해외사업전개를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었다.

6년간 미국유학생활을 하면서 세계시장의 제패를 꿈꿔왔던 손 회장에게
일본이라는 시장은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 없었다.

"인터롭"을 인수한 소프트뱅크는 95년2월 세계 최대 컴퓨터 관련 전시회인
컴덱스를 포함한 미국 인터페이스 그룹의 전시회 부문을 7백50억엔에
인수했다.

불과 3개월새 이뤄진 두번의 M&A로 소프트뱅크는 컴퓨터 관련 전시회사업에
있어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보유한 회사가 됐다.

소프트뱅크는 또 95년11월 세계 최대 컴퓨터 관련 출판사인 미국의
지프 데이비스 퍼블리싱을 1천8백억엔에 인수, 이 분야에서도 넘버원
기업이 된다.

이밖에 미국의 기업용 메모리보드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킹스톤
테크놀로지를 인수해 세간을 놀라게 했다.

주식공개로부터 불과 2년새 싯가증자 및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 약 5천억엔을 M&A에 쏟아부었다.

이같은 공격적인 M&A를 반영하듯 소프트뱅크의 공보담당자는 농담섞인
어조로 "우리 회사는 회사개요를 정리한 회사안내서를 만들지 않는다"고
말한다.

회사가 계속 변해 회사상태를 책자로 정리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손 회장은 회사 내부상황과 외부 시장여건을 종합적이고 치밀하게
파악한 후 최적의 대응책을 구상하고 과감하게 실천했다.

창업초기의 위기를 슬기롭게 넘기고 부족한 기술을 합작으로 얻어내
세계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은 오직 손 회장의 사업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 이용욱 AT커니 컨설턴트 seoul-opinion@atkearney.com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