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의 끝은 자멸인가.

월가를 충격속으로 몰아넣은 롱텀캐피털사의 부실 드라마는 세계 금융시장
을 농단해온 미국 헤지펀드 업계의 속성과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똑같이 증권시장을 주된 투자무대로 삼으면서도 "서민 클럽"격인 뮤추얼
펀드와는 다른 점이 너무나 많다.

우선 뮤추얼 펀드는 2천5백달러만 있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데 비해
헤지펀드는 세 가지의 "가입자격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한다.

재산이 1백만달러를 넘어야 하며 과거 2년 동안의 연간 평균소득이 미혼일
경우 20만달러, 기혼은 30만달러를 넘어야 가입할 수 잇다.

예탁금의 최소규모도 25만-50만달러로 규정돼 있다.

한마디로 "백만장자 클럽"이다.

뮤추얼 펀드는 증권거래소에 등록하고 당국의 감독을 받게 돼 있는 반면
헤지펀드는 설립과 운영에 아무런 규제가 없다는 점도 큰 차이점이다.

헤지펀드의 운영은 "비밀"이다.

투자자에 대해서도 자금운영 상황을 상세하게 보고하지 않는 것이 관례다.

일정한 시점마다 이익을 정산하고 투자금액에 따라 이익을 배당하면 그
뿐이다.

"판 돈"이 큰 만큼 헤지펀드측에서 떼는 수수료도 엄청나다.

배당이익의 평균 20%를 공제하는게 일반적이다.

이런 운영시스템은 헤지펀드들로 하여금 자금을 공격적으로 운용토록 하는
토양이 된다.

주식 채권 등에 평범하게 투자하기 보다는 환율 금리 등의 지표를 이용한
파생 금융상품이 주요 공략대상이다.

국제 금융시장을 넘나들며 "치고 빠지는" 투기생리도 이렇게 키워져 왔다.

빠르게 진전돼 온 금융 글로벌화 물결을 타고 활동무대가 넓어지면서
헤지 펀드들의 규모도 급격히 커져 왔다.

90년에만 해도 1천여개사 2백억달러에 불과했던 헤지 펀드들의 자산규모가
현재는 4천7백여개사 4천억달러(헤지 펀드 리서치사 추정)로 불어났다.

헤지펀드들은 이익을 낼 "확률"이 일정수준 이상으로 나오면 외부자금
차입을 마다하지 않는다.

자본금이 22억달러에 불과했던 롱텀캐피털이 1천2백50억달러의 단기
투기자금을 월 가의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조달했던 것이 단적인 예다.

헤지펀드들의 자금 부풀리기는 여기서 머물지 않는다.

투기자금의 대부분을 원금의 10배 이상까지 벌거나 물어내야 하는 파생상품
에 집어 넣는게 보통이다.

롱텀캐피털의 자금운영 규모는 이렇게 해서 자본금의 5백배가 넘는
1조2천5백억달러로 불어나 잇다.

이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을 능가하는 규모다.

세계전체의 연간 무역규모가 5조5천억달러(97년 기준)라는 점에 견주어도
그 폭발성이 얼마나 큰 를 알수 있다.

그러나 이익 극대화를 좇아 헤지펀드들이 개발해 낸 복잡한 파생 금융상품들
은 아시아와 러시아 등의 외환위기를 빚어낸데 그치지 않고 자신 마저 그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넣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부익부"를 추구해온 백만장자 클럽의 "카지노 드림"이 스스로의 발등을
찍은 것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