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어느 정도의 부실채권을 성업공사에 매각할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부실채권을 모두 팔면 자산건전성은 좋아지지만 BIS(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은 낮아지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위원회는 22개 일반은행중 서울 제일 광주 전북등 4개 은행을
제외한 18개 은행의 부실채권을 원하는 만큼 매입해 주기로 하고 매각대상
채권목록을 19일까지 보고하라고 은행에 지시했다.

정부가 사주기로한 부실채권은 고정이하 여신 전부다.

이들 은행의 부실채권은 지난 6월말 현재 담보부채권(고정)
13조9천1백64억원, 무담보부채권(회수의문.추정손실) 7조8천8백2억원 등
총 21조7천9백66억원이다.

매입률은 담보부채권 45%, 무담보부채권 3%다.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성업공사에 매각할 경우 자산건전성은 좋아진다.

중장기적으론 수익성도 끌어올릴수 있게 된다.

문제는 부실채권을 매각할 경우 대규모 매각손실(대형시중은행의 경우
은행당 1조원가량)이 발생, 결과적으로 BIS비율이 은행당 1%포인트 안팎
크게 하락한다는 점이다.

담보가 있는 고정채권의 경우 원금의 45%만 받고 팔면 55%가 매각손실로
처리된다.

기존에 20%의 대손충당금을 쌓아놓았다고 해도 35%의 손실은 감수해야 한다.

손실은 자기자본을 그만큼 줄이게 돼 BIS비율이 낮아진다.

예컨대 지난 6월말 현재 외환은행의 고정여신은 2조1천9백57억원에 달한다.

이를 45%(9천8백81억원)만 받고 팔면 1조2천76억원은 손실처리된다.

대손충당금적립액 4천3백91억원을 감안한다해도 자기자본은 7천6백85억원
이나 줄어든다.

회수의문여신과 법정관리 화의채권을 포함할 경우 손실은 9천억여원으로
불어나 BIS비율이 1%포인트가량 하락한다.

외환은행이 9천억여원의 증자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은행들은 이같은 손실을 메우려면 유상증자를 실시하거나 합병을 단행,
정부지원을 받는수 밖에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상적인 유상증자는 어렵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이 합병협상에 나서고 있는 것도 바로 부실채권매각에
따른 손실을 정부지원을 통해 메워 보자는 의도에서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