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에서 건자재유통업을 하는 서현석 사장(54).

지하철 모란역근처 4층짜리 빌딩에 건자재를 보관하면서 물건을 공급해왔다.

그러나 IMF이후 건설경기가 추락, 수입이 크게 줄었다.

찾는 물건이 없다보니 건자재를 들여놓을 수 없어 빌딩은 빈 공간으로
변해갔다.

그렇다고 창고로 사용하던 건물을 세놓기도 쉽지않았다.

지난 5월초 서사장은 인테리어 설계 및 시공경험이 많은 회사를 찾았다.

인테리어회사와 함께 주변입지를 분석한뒤 빌딩 1개층을 고시원으로
개조키로 했다.

주변에 고등학교 대학교가 각각 2개씩 있는 점에 착안했다.

우선 전용면적 1백5평인 4층을 45개의 공부방으로 만들었다.

1.2평짜리 24개, 1.5평짜리 21개였다.

바닥에는 카펫을 깔고 공부방에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간이침대를 설치해
주변의 다른 고시원과 차별화했다.

방음처리에도 상당히 신경을 썼다.

개조비용으로 들어간 돈은 1억1천7백만원.

2개월 예정의 개조공사에 들어가면서 지역케이블TV 벼룩시장 등에 광고를
냈다.

공사를 마친후 1개월만에 90%의 방이 채워졌다.

1.2평짜리는 한달에 20만원,

1.5평짜리는 25만원을 받았다.

인근 고시원들보다 시설은 좋았지만 주변시세와 같게 입실료를 매겼다.

이렇게 해서 월 9백45만원의 수익을 올리게 됐다.

고시원은 들어올 때 돈을 내고 며칠을 사용하더라도 환불을 하지 않는게
일반적인 관례다.

고시원은 학생들만 찾지않았다.

승진시험을 앞둔 직장인뿐 아니라 명예퇴직이나 실직한 회사원들의 발길도
잦았다.

고시원을 운영하면서 지출되는 비용은 관리인 인건비 60만원 및 소모품
신문 잡지구독비용 등을 합쳐 대략 월 1백8만원.

수익에서 비용을 빼면 한달에 7백96만원정도의 수익이 남는다.

평균 90%의 입실률이 계속 유지될 경우 개원후 1년3개월정도만 지나면
투자비용을 모두 회수한다는 계산이다.

놀리는 것이나 다름없던 건물에서 한달에 8백만원정도를 뽑아내게 된
서사장은 요즘 나머지 층을 비즈니스텔이나 소호텔로 바꾸기위한 시장조사
중이다.

이 건물의 개조공사를 맡았던 구조인터내셔날의 구자용 사장은 "90년대초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기 시작한 일본에서 건물개조 붐이 일었다"며 "임대
대란이 예고된 우리나라에서도 최근들어 건물개조를 원하는 수요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디어와 철저한 시장분석만 있으면 빌딩을 놀려둘 필요가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김호영 기자 hy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