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보험 등 금융기관 퇴출과 합병이 본격화 되면서 서울 등 주요도시의
대형빌딩가에 "임대대란" 경보가 울리고 있다.

은행지점 보험영업소 등 금융기관 점포는 큰 길가나 도심에 있는 대형빌딩
1, 2층에 들어 있는게 특징.

따라서 이들 점포가 대거 매물로 나오면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이후
가뜩이나 침체되어 있던 빌딩임대시장의 공실률이 더욱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임대가격도 폭락양상을 보이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들어 강남대로변과 마포.여의도의 주요 업무지역의
빌딩공실률이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 지역은 IMF이전인 지난해 상반기까지만해도 공실률이 3~4%선에 불과
했고 하반기에도 8%선에 그쳤었다.

강남 테헤란로 일부지역 등의 임대가격이 작년 하반기보다 절반 가까이
떨어진 곳도 많이 있는 등 임대가격 폭락양상도 그칠줄 모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들어 외국인들이 조금씩 빌딩임대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한 임대대란을 막을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태"라고 말하고 있다.

<> 현황 =서울의 강남역 사거리에 위치한 지상 20층 규모의 W빌딩에 입주한
A투신과 B은행은 재임대가 안돼 골치를 앓고 있다.

구조조정 차원에서 점포폐쇄를 결정했으나 6개월째 사무실이 안빠져 아직
철수를 못하고 있는 것.

보증금만 각각 20억원과 80억원에 달해 건물주는 돈을 해줄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다.

이들 회사는 보증금을 건지기 위해 건물을 경매에 부치려해도 담보설정
금액이 많아 선뜻 결정을 못내리고 있다.

금융기관 합병이나 퇴출이 본격화되면 빌딩임대난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
이다.

은행들은 현재 폐쇄할 점포에 대한 실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화 동남 대동 충청 경기 등 5개 퇴출은행은 서울에서만 1백43개 점포를
빌려 영업해 왔다.

이중 강남 역삼동 I빌딩 K은행지점(1, 2층 2백50평), 마포 G빌딩 D은행지점
(1층 1백53평) 등 10여곳은 임대료도 못받은채 자체적으로 폐쇄된 상태다.

또 다른 시중은행들도 올들어 은행당 평균 20개안팎의 점포를 줄이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일은행과의 합병에 합의한 상업은행 관계자는 "합병절차가 마무리된후
향후 영업전략에 따라 점포폐쇄수가 결정될 것"이라며 "부동산경기 하락에
따라 점포를 빼기가 수월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 공실확대.임대가하락 =신영건업 창조와두나미스 등 빌딩임대전문
컨설팅업체들에 따르면 현재 서울 종로 마포 여의도 테헤란로 등 주요 업무
시설이 밀집한 지역의 빌딩 공실률은 평균 22%로 지난해말(9%)보다 2배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테헤란로의 경우 공실률은 27%로 30%에 육박해 사무실 10개중 3개가 비어
있는 셈이다.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지만 아직 소화가 안된 금융기관 매물을 합칠 경우
실제 공실률은 이미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

빌딩 임대료 하락도 가속화되는 추세.

일급지역은 평균 20~40%, 외곽지역은 절반 가까이 폭락했다.

테헤란로의 경우 임대가가 평당 4백만~4백50만원에서 2백50만~3백만원대로
절반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임대정보 신승래 사장은 "주요지역 빌딩 공실률과 임대가 하락을 고려할때
건물주의 보증금 상환여력은 이미 고갈된 상태"라며 "금융기관 점포가
본격적으로 매물화될땐 빌딩소유주 파산이 속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 유대형 기자 yoodh@ 김호영 기자 hy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