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찍어서라도 경기를 부추겨야 한다"

폴 크루그먼(미국 MIT대) 교수는 26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국제 포럼에서
"IMF가 내놓고 있는 긴축 위주의 아시아 처방은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아시아 위기국들은 "긴축"보다는 "확대"쪽으로 경제
정책의 방향을 선회하라"고 권고했다.

이날 포럼에는 아시아 각국 관료들과 경제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크루그먼교수의 강연 내용을 정리 요약한다.

< 정리= 박수진 국제부기자 parks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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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는 극약 처방이 필요한 시기에 와 있다.

경제는 갈수록 절망적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 경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돈을 더 찍어서라도 의도적으로 인플레
를 유발해야 한다.

IMF는 위기국들에게 경제개혁과 함께 긴축기조의 재정.통화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 처방은 지난 94년 멕시코에서나 유용했던 것들이다.

한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태국 등 아시아 위기국들에서는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의 고정 환율제와 같은 일시적인 외환관리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환율도 10-12% 정도 추가로 절하해야 한다.

금리도 대폭 인하하고 통화도 풀어 돈이 돌도록 해야 한다.

조기에 유동성을 확보하는게 좋다.

돈이 모자라 고금리가 지속되면 차입금 비율이 높은 아시아의 기업들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일본 경우도 마찬가지다.

불량 채권이나 서비스 부문의 규제로 인한 경기침체, 인구의 노령화 등이
해결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감세와 금리인하, 통화 팽창정책 등으로 인플레를 유도하는
것이 옳다.

인플레가 예상되면 소비자들은 다시 돈을 쓰고 부동산과 주식 투자에도
나설 것이다.

일본의 수요확대는 다른 아시아국가들의 수출확대와 경기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다.

문제는 현재 일본의 정책이 잘못돼 있다는데 있다.

우선 일본은 통화 정책면에서 엔화의 하락방지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것은 큰 오류가 아닐 수 없다.

엔화가 대폭 평가절하되도록 용인해야 한다.

재정정책에서도 공공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경기회복을 노리고 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강제라도로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금융정책에서는 일시적인 화폐공급 확대가 아니라 영속적인 확대책을
펴는게 좋다.

화폐 공급 확대로 명목 금리가 떨어지고 물가상승률에서 명목금리를 뺀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되었다고 치자.

소비자들은 차츰 "예금"보다는 돈을 쓰는데 관심을 쏟게 될 것이다.

동아시아의 만성적인 부정과 정실주의, 금융계의 나쁜 관행들을 개선하려는
IMF의 개혁조치를 지지한다.

그러나 IMF는 아시아의 상황이 멕시코 위기때와 확실히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94년 멕시코가 쓰러질때는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아시아 상황에서는 미국의 역할을 대신할 나라가 없다.

미국은 아시아의 위기를 강건너 불보듯 하고 있다.

결론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위기국들이 지금부터 과감한 인플레 정책에서
위기의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할 경우 아시아 국가들은 내년에도 경제가 회복되기 힘들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