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른에 더 필요한 성교육 ]]

성문제가 비중있게 클로즈업되고 있다.

삶에서 다른 기쁨을 느끼기 어려울수록 성에 탐닉한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는데 과연 그런 것 같다.

수도 서울에서 성은 마치 찢어진 고무호스의 물줄기마냥 갈피를 잡을수
없게 성인 남성을 공격해온다.

"술 권하는 사회"가 아니라 "섹스 권하는 사회"다.

종종 뉴스에서는 콘돔이 나뒹구는 퇴폐이발소의 밀실을 보여주며 "충격"
"개탄" "경악"이란 말을 금치 않는다.

이런 업소가 대낮 주택가에 활개치다가 새삼 뉴스에 나오면 충격을 받고
경악하는 현실이야말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수 없다.

서울에 온 외국인이 머리를 자르려 뭣모르고 퇴폐이발소에 들어갔다.

안마하는 아가씨들이 나와 머리는 만지지 않고 다짜고짜로 아랫도리부터
풀어헤치니 질겁을 하고 뛰쳐나와야 했다.

문제는 성의 이중잣대에 있다.

머리를 깎는 곳에서 바지를 내릴수도 있다는 것은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피곤한 남자뿐만 아니라 피곤한 여자도 수시로 드나들어야 마땅한
안마시술소에는 왜 남자들만 드나들수 있는가.

이런 이중구조속에서는 건강한 성이 아닌 음습한 성이 자라나게 돼있다.

자동판매기에서 돈 몇푼주고 음료수 빼먹듯이 도처에 다른 이름을 걸고
성을 파는 상업행위들이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다.

이런 현상은 진행중이다.

너무나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성의 자기모멸이라 할수 있다.

이런 모습보다는 차라리 서구 유럽의 섹스숍 같은 것이 명료하고
바람직하다.

수요가 있는한 상행위를 드러내놓고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욕망의 상품화다.

성은 확실히 인생에서 중요하다.

성에 대한 교육은 청소년기 뿐만 아니라 50대까지도 필요하다.

물론 여성에게도.

성에 대한 담론은 사실 청소년보다 장년층에게 더욱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딴판이다.

어둡고 축축한 공간에 세균처럼 창궐하고 있는 이나라의 성문화는 이제
햇볕속으로 나와야 한다.

지금 우리 성문화는 천민자본주의의 마지막 열차를 타고 심각한 여러가지
사회현상을 야기시키고 있다.

성에 대한 재교육이 이뤄지지 않는한 우리는 앞으로도 TV뉴스를 통해
"준비된 공격"을 받고 앵무새처럼 "개탄"해야 할 것이다.

그러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위선의 공범이 될 것이다.

한두사람의 상업적 선정적 성론을 시대적 통념으로 생각해 그 잣대로 자신을
재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무겁고 심각한 성문제를 가볍고 별볼일 없는 것처럼 취급해
버리는 곳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김병종 < 서울대 미대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