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현 < 한국사회문화연구원장 >

최근 김대중 대통령은 경제장관회의에서 우리나라 대외신인도의 조속한
회복을 위해서는 보다 철저한 기업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으며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이라는 통치이념을 거듭 확인
했다.

지금까지 한국경제는 시장경제를 표방해 왔지만 시장원리가 아닌 정부의
중앙경제계획에 의해 계획되고 통제돼 온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이제는 경제운영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최대한 줄이고 가격기능에 따라
생산과 분배의 질서가 작동되는 시장경제 시스템으로 전환돼야 한다.

이와같은 맥락에서 정부의 구조조정도 신뢰성과 투명성에 근거한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72년의 8.3조치나 80년대 산업합리화 조치와 같은 일시적인 경쟁 제한적
처방으로는 고질적인 우리의 경제구조를 치유할 수 없다.

오늘날 글로벌 무한경쟁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는 자본주의의 본질인 시장
경제원리에 충실해야만 보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구조조정이 보장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에서 경계해야 할 것은 한국적인 특성과 체질을 고려하지
않은 책임 회피적이며 방임적인 시장경제의 주장이다.

대통령도 시장경제란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금융.산업시장의 완전경쟁상황에서 최적 규모의 생산과 분배정책을 결정한다
는 것은 다소 이상적이다.

서방 선진 자본주의 국가경제체제에서도 결코 시장경제원리로 해결할 수
없는 다양하고도 불확실한 경제변수가 존재하고 있다.

예를들면 국방 사회복지 노동실업문제 사법행정 공공안정 등이다.

특히 대량실업이나 빈부의 격차등 IMF체제의 지속으로 인한 근로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시장경제원리로만 결코 해결될 수 없는 것이다.

그동안 계획경제에 의해 급성장해 온 우리경제는 처음으로 산업기반이
뿌리째 흔들릴정도의 대량실업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엄격한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노동.실업대책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이를 시장원리의 힘에만 의존하여 해결하려 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노동근로시장의 왜곡과 사회혼란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작년 하반기 이후 이미 많은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의 도산으로 실업자가 올
연말에는 3백만~4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실업의 급격한 증가는 소비와 투자위축에 따른 경기침체의 악순환과 범죄
증가 등의 사회문제를 야기시킬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에 김대중정부는
국정의 최우선 해결과제로 실업문제를 선택해야 한다.

경제 3주체의 한 축인 근로자들은 여태껏 고도성장이라는 명분아래 많은
고통과 희생을 요구받아 왔으며 국부의 재분배 및 사회복지정책에서도 소외
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최근 IMF체제하에서 실직을 당하거나, 실직되지는 않았지만 임금삭감 등으로
인하여 근로자들의 실질소득은 감소하고, 고물가와 고금리 등에 따라 생계비
는 증가하는 이중의 고통속에서 실업자를 포함한 전 근로자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대책은 미미한 것이 사실이다.

사회보장제도가 잘 발달돼 있는 미국은 물론 독일에서도 지난 68년부터
73년까지 우리 식의 노사정위원회를 운영하면서 국내 총생산(GDP)의 18%에
해당하는 정부재원을 노동정책에 투입했으며 가까운 일본의 경우
"노동금고법"을 제정하여 정부차원에서 법적으로 보장되고 실질적인 노동정책
을 시행함으로써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도모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산업자본을 대기업에 집중투자함으로써 고밀도
성장을 이룩해 왔으며, 중소기업 및 농.축.수산업 지원을 위해 상당량의
정책자금을 집행해 왔다.

그러나 일반근로자와 실업자의 복지증진을 위한 금융지원과 대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따라서 근로자만을 위한 지원정책을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

예를 들면 실직근로자에게 생활안정대출을 해주면서 장기의 적금상품에
가입할 경우 이자소득에 대해 비과세함으로써 그들의 자립을 도울 필요가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의 노동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근로자전문금융기관을
선정, 집중 육성해야 한다.

실업대책을 포함한 노동정책은 현시국에서 대단히 중요한 국가현안으로
단기적인 과시성 처방이 아닌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제도의 접근이 필요한
시기로, 이제 정책입안자들은 근로자전문금융기관의 집중육성과 근로자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자세가 결여될 경우 우리의 산업기반인 근로자 계층이
단숨에 무너져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