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인공의 행복한 조화"

유홍준교수(영남대)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담양 정자문화 특징을
이렇게 적고 있다.

전남 담양군 고서면과 봉산면 일대에 걸쳐 형성된 정자문화는 조선시대
조원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최상의 답사코스다.

특히 백일홍이 만발한 요즘, 그 정취는 최고조에 달해 있다.

담양 정자문화는 누정(누각과 정자)과 원림(일종의 정원)으로 구성돼 있다.

누정은 원래 사대부들이 풍류를 즐기던 휴식처였다.

원림은 누정을 포함한 사랑채 서재 등도 갖춘 집이다.

원림은 자연을 중심 조경으로 삼고 집칸과 정자를 주변에 배치했다는
점에서 "일본식" 정원과는 약간 다르다.

정원에선 흔히 자연이 건물에 맞춰 조경된다.

담양군 일대 남아 있는 누정과 원림은 17곳.

대표적 원림은 조선중기 선비 양산보가 만든 소쇄원이다.

소쇄는 깨끗하고 시원하다는 뜻.

양산보의 호다.

소쇄원에는 제월당 광풍각 봉황대 등 3개 건물이 있다.

주건물 제월당은 양지바른 언덕위에 사랑채와 서재를 겸해 세워졌다.

그 아래 광풍각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폭포를 감상하는 정자다.

봉황대는 입구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용도로 지어졌다.

건물들은 저마다 균형미를 갖췄다.

건물들에 내포된 사상을 살펴보면 의미가 매우 깊다.

광풍각의 12개 기둥은 1년을 상징한다.

원형의 바깥기둥과 4각형의 안기둥은 각각 음양을 뜻한다.

사각과 안(내)은 여성이고 바깥과 원은 남성이다.

또 소쇄원 내부에 조성된 연못은 외부의 사각형태와 연꽃의 둥근잎이
어울려 음양의 균형을 이룬다는 것이다.

담양 누정들은 대부분 비슷한 식의 음양사상을 담고 있다.

소쇄원 건물들은 한가운데에 있는 폭포계곡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주변 나무들은 계절따라 다른 색깔의 꽃을 피운다.

여름 백일홍, 봄 매화와 복사나무, 가을 단풍나무가 그것이다.

초입에는 울창한 대나무숲이 운치를 더해 준다.

말그대로 자연과 인공의 화합이다.

당대의 문인들이 소쇄원에 숱한 찬사를 보냈지만 그 누구도 아름다움을
모두 담아내지 못했다고 한다.

소쇄원 앞 광주호(증암천) 옆 도로를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언덕위에 있는
식영정이 내닫는다.

송강 정철이 성산별곡을 지었다는 정자다.

주변 낙락장송과 광주호 물결이 어우러져 이름 그대로 "그림자도 쉬어갈"
만큼 서정적인 정경이다.

석영정 아래의 서하당과 그 건너편에 있는 환벽당도 광주호 물결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가사문학의 최고봉 정철과 송순이 은거했던 송강정과 면앙정은 가사
사미인곡과 속미인곡 등의 산실답게 시정이 우러나올만큼 운치가 있다.

요즘 관광객들이 첫 눈에 탄성을 자아내는 곳은 역시 명옥헌이다.

백일홍이 만발해 눈부시게 아름답다.

명옥헌은 앞쪽 툭 터진 곳에 있는 커다란 못을 굽어보고 있다.

때문에 소쇄원이 아늑하다면 명옥헌은 시원스럽다.

<> 교통 및 숙식 =승용차의 경우 24번국도로 담양읍에 도착, 887번
지방도로를 타고 내려가면서 정자문화를 감상하면 된다.

버스의 경우 고속터미널에서 담양행을 타고 담양읍에서 내린 뒤 택시나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담양읍 주변에는 파레스호텔과 담양여관 등 약 20개의 장급 여관이 있다.

수십개의 민박가구도 있다.

소쇄원근처에는 과거 정미소를 개조한 카페가 손님들을 끌고 있다.

담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음식.

풍성한 식단에서 남도맛의 정수를 즐길 수 있다.

담양읍 주변엔 신식당 등 30여개의 향토음식점이 별미를 선사한다.

< 담양=유재혁 기자 yooj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