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을 맞아 고속버스업체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IMF여파로 회사원들의 지방출장과 휴가인파가 크게 줄면서 승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매년 휴가철만 되면 바캉스인파로 북쩍이던 강남고속버스터니널과 동서울
시외터미널은 썰렁한 모습이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영동선의 경우 지난해 이맘때 예약률이 평균 60%를
웃돌았으나 올해는 10%대로 주저앉았다.

임시차량까지 투입해 운행하던 예년의 바캉스특수는 아예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바캉스철마다 거대한 주차장으로 바뀌던 영동고속도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뻥뚫린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텅빈 버스".

IMF시대 새로운 풍경이다.

동부고속의 이창우씨는 "지난해 이맘때면 동해바다를 찾는 피서인파가
몰려 서울-속초구간의 경우 5대를 추가로 투입, 운행했으나 올해는 정규운행
버스 30대의 승차율도 70%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중앙고속의 한 관계자도 "휴가기간이 몰리는 매년 7월 하순에서 8월초에는
속초 등 동해로가는 버스의 예약률이 60%이상이었으나 올해는 10%수준을 겨우
넘어섰다"고 한숨지었다.

그는 "피서지가 아닌 지역 노선버스는 평일의 경우 10명이하의 손님만
태운채 운행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주로 새벽 단골손님이던 지방 출장객이 사라지면서 평일이나 주말 이른
시간에는 "나홀로 버스"까지 급증하고 있다.

동양고속의 한 관계자는 "예년같은 바캉스특수는 고사하고 5명도 안되는
손님을 싣고 달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고 털어놨다.

실제로 최근 전국고속버스노조 조사결과 하루 운행대수 가운데 5명이하의
손님을 싣고 달리는 차량이 20-3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IMF이후 기업체들의 지방출장객, 피서객, 통학생들이 줄어든 탓이다.

이에따라 고속버스업계의 살아남기 전략도 치열하다.

업계 최대규모인 금호고속은 서울-부산, 서울-대구 구간 등 승객이 크게
감소하고 있는 노선의 하루 운행대수를 각각 29대, 25대씩 줄였다.

아예 적자구간의 운행을 중단하는 곳도 늘고 있다.

천일고속은 지난해말 서울과 충남 영동군 구간을 폐지했다.

전북고속도 지난 3월부터 서울-무주구간의 운행을 6개월간 중단한 상태다.

고속버스노조 민병창과장은 "지난 1월 요금이 인상됐으나 기름값 인상에다
승객이 급격히 감소해 경영사정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며 "고속도로 버스전용
시간대 확대 등 고속버스경영개선을 위한 정부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 김동민 기자 gmkd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