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민 <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실장 >

2일부터 5개 퇴출은행 온라인망이 거의 정상적으로 가동된다는 얘기다.

전산직원들이 속속 복귀하는 등 이제 퇴출파동이 진정국면으로 접어든
것 같다.

퇴출은행으로 결정되더라도 예금인출은 언제든지 가능할 것이라던
당국자들의 말을 믿었던 탓으로 부도위기에 몰린 거래업체들이 없지도
않았지만, 일찍이 선례가 없었던 은행퇴출이 이 정도의 혼란에 그친 것은
그나마 다행일지 모른다.

이번 5개 부실은행 퇴출작업에 대한 평가는 갖가지다.

왜 하필이면 자금수요가 몰리고 은행거래가 많은 월말을 택했느냐,
정리대상을 선정한 기준이 투명하지 않다, 보안이 제대로 되지않아 대상이
미리 알려졌기 때문에 혼란이 빚어졌다는 비판은 하나같이 경청할만 하다.

당연히 예상했어야할 해당은행 직원들의 반발을 금감위관계자들은 고려조차
하지않은듯한 느낌이 없지않고, 그래서 월말의 월요일을 D데이 H아워로
정했으리란 추측이 설득력 있다.

또 정리대상 부실은행명단이 며칠전부터 나돌았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이래저래 금감위의 일처리가 매끄럽지 못했다는 지적은 면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금감위의 일솜씨가 좋았느냐 나빴느냐를 따지는
것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정말 생각해야할 문제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금융구조조정이 끝나면
우리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강화될 것이라고 봐도 좋으냐다.

이번 5개 은행에 대한 퇴출결정은 글자그대로 "은행도 망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것이 시장의 자율적 기능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흠이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이번 5개 은행 퇴출에 이어 금감위 주도의 금융구조조정작업은 또 있을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조흥 상업 한일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의 합병이 과연 있을 것인지는 더
두고봐야 알 일이지만, 이들 3개 은행과 외환 평화 충북은행 등 조건부
생존은행의 전임원을 교체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겠다는게 금감위발표이고
보면 엄청난 변화가 몰아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관치금융의 시대라는 표현이 꼭 잘못됐다고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금융구조조정을 정부에서 주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

은행간 합병 등을 은행자율에 맡기라는 얘기는 하지말라는 소리와 크게
다를게 없다고 보는게 옳다.

바로 그런 점에서 이번 금융구조조정을 정부에서 주도하는 것은 당연하다.

부실은행에 대한 업무정지 통.폐합명령은 법률적인 뒷받침이 있는
금감위의 권한이기도 하다.

그러나 금융기관에 대한 정부의 절대적인 영향력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금융에 대한 관치가 오늘의 금융부실을 가져온 근본원인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바로 그렇다면 은행부실정리와 함께 은행의 자율성을 되찾아줄 수 있는
제도적인 개선책이 마련돼야한다는 얘기가 된다.

주인있는 은행이 되도록 해야한다.

그 필요성은 이번에 5개 부실은행을 인수토록 정부가 선정한 우량은행의
면면에서도 입증된다.

신한 한미 하나은행은 하나같이 지배적인 주주가 있는 은행들이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은 가계대출이 주종이고 대기업대출의 비중은 극히
적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BIS비율이 높아졌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은행주식 소유및 의결권행사에 대한 제한은 5.16직후 최고회의에서
금융기관에 대한 특별조치법을 만들면서 부터다.

몇%를 갖고 있건 의결권은 10%밖에 행사할 수 없다는 이 법의 규정은
은행법으로 옮겨지면서 소유상한 8%->4%로 강화돼왔다.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가 돼서는 안된다는게 일관된 논리였다.

그 결과가 오늘의 금융현실이라고 봐도 큰 잘못이 아니다.

은행에도 주인이 나올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할 때가 됐다.

대주주에 대한 대출한도를 엄격히 규제하고 이를 철저히 감독하면 "은행의
사금고화"는 막을 수 있다.

지배주주도 없고 그렇기 때문에 인사권이 사실상 전적으로 정부에 있는
은행이어서는 자율과 책임있는 경영은 불가능하다.

부실정리와 함께 그 재발을 막을 제도적인 장치를 생각하는 금융구조조정이
돼야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