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이 나온 것은 1883년이다.

귀족의 딸로 행복했던 잔느의 삶은 방탕한 남편과 아들로 인해 무너진다.

김동인이 1925년 발표한 "감자"에서 주인공 복녀는 무능한 남편과 왕서방의
제물로 사라진다.

박완서의 90년작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에서 차문경은 이혼뒤 대학
동창을 사귀어 임신하지만 버림받는다.

그러나 이경자의 96년작 "황홀한 반란"에 이르면 유부녀 장혜순이 우연히
만난 총각과 사랑에 빠져 남편과 아이들을 떠나 재혼한다.

통계청 조사 결과 재혼여성과 총각의 결혼이 전체 재혼가정의 26%나
된다고 해서 화제다.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96년 기준)이라는 보고서는 이밖에도 여러
부문에서 우리 사회의 여성에 대한 인식및 여성 자신의 태도가 크게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여성의 초혼연령은 25.7세로 10년전보다 1.4세 많아지고 이혼율은 두배로
높아졌다.

25세이상 여성중 47.9%가 고졸이상이고 대졸이상도 13.1%나 된다.

97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9.5%에 달한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 여성들은 여전히 심한 정체성
혼란과 사회적 제약에 시달리고 있다.

한쪽에선 경제주체로서 힘을 보태줄 것이 요구되는데도 다른 한쪽에선
이문열의 "선택"이 강조하는 전통적 성역할이 강요되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의 경제활동 수준은 42개국중 41위(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
세계경쟁력 보고서)고, 미혼남성의 4.4%만이 맞벌이를 원하지 않는다는
설문결과가 있는데도 TV드라마는 능력여부보다 양순한 여자가 최고라고
강조한다.

식구들에겐 쌀쌀맞은 동생이 조건좋은 남자의 가족에겐 살갑기 짝이 없고
바퀴벌레를 보고 소리지르는 언니는 사랑스런 여성의 전형으로 그려지는
TV드라마가 시청률 1위를 달리는 것은 우리사회의 혼돈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여성의 삶에 대한 정답은 없다.

분명한 건 여성의 경제.사회활동이 급증하리라는 사실이다.

여성을 동반자로 인정, 가정과 사회에서 자신의 몫을 담당하도록 돕지
않으면 자칫 씩씩하고 당당한 것과 몰염치하고 이기적인 것을 구분 못하는
여성을 양산할수 있다.

건강한 여성이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