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컨퍼런스의 공동의장을 맡은 이코노미스트컨퍼런스의 데이비드
오리어 아시아지역 책임자는 24일 하얏트호텔에서 컨퍼런스 참석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회의에서 나온 논의들과 그 성과를 정리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최근 한국정부가 진행중인 구조조정과 외화유치노력 등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다고 들었다.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실제로 한국정부는 의욕적으로 기업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고 외자유치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이러한 노력들이 단시간내에 효과를 나타낼 수는 없다는데 의견이
일치됐다.

특히 개혁의 방법론과 과정에서 어려가지 문제점들이 나오고 있어 그
부분에 대해 논의가 계속됐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이같은 개혁과정은 틀림없이 한국경제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본다"

-정부의 개혁작업중 어떤 문제점이 지적됐나.

"구조조정 작업이 한국정부로서는 처음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한국정부는 지금 기업구조조정과 시장구조조정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이같은 방식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즉 기업구조조정은 전체적인 시장구조조정을 통해 자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업구조조정 문제만 놓고 본다면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겠는가.

"한국정부는 최근 딜(Deal)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업간 "빅딜"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비밀리에 진행돼도 몇년을 끌 수 있는 사안인데 정부가 인위적으로 강제
한다고 곧바로 되는게 아니다.

외국인 투자자들 중에는 한국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빅딜이 열에 아홉은
실패할 것이라는 예상도 서슴없이 내놓고 있다"

-빅딜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우선 한국기업들 자체가 기업의 인수합병(M&A)나 딜에 대해 무지한 경우가
많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요리를 만들려면 요리책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기업들은 요리책이 없을
뿐아니라 요리책을 놓고도 볼 줄을 모른다.

좋은 요리를 만들려면 경험도 필요하고 좋은 교재도 있어야 한다.

한국의 기업들을 보면 둘 다 없는 상태다.

거기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이를 조장하고 있어 억지로 움직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부의 구조조정 노력은 어떠한가.

"전반적으로 한국정부의 노력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오고 갔다.

그러나 정부의 고위정책결정자들의 마인드와 실무자들의 그것과는 많은
갭이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한 정책 결정자들은 많은 것을 바꾸려 하지만 이를
실시하는 창구에서는 아직도 의식개혁이 않돼 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이같은 실무자들의 의식개혁을 위해 교육이 필요
하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현재의 위기를 헤쳐가는데 어떤 것이 시급하다고 보는가.

"한국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으나 앞으로도 수많은 도전을
헤쳐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추진력이 필요하다.

그 힘은 노조와 재벌, 관료 등이 의견을 맞추어야만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외국인들의 한국투자 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컨퍼런스에는 한국에 투자를 하고 싶어하는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참석
했다.

이들은 아직 한국의 개혁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한 것 같았다.

일부 기업인들은 한국에 안전하게 투자하는 방법과 시기 등을 논의한데
반해 일부는 어떻게 하면 한국에서 살아남을 것인가를 걱정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아직은 모르겠다는 말이다.

물론 투자방법론에 대한 얘기도 많이 거론됐다.

가장 많이 나온 것은 합작투자를 하라는 것과 단독으로 투자하라는
것이었다.

어떤 방식이 좋다고 말하기는 곤란한 입장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