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위의 퇴출기업발표에 대한 외국인들의 반응은 실망과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우선 퇴출리스트에 오른 55개 기업들이 별 영향력이 없는 중소기업 위주여서
다소 실망하는 모습이다.

반면 정부가 구조조정의 칼날을 본격적으로 들이댔다는 점은 높이 평가하고
있다.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올바른 방향으로 구조조정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딘플레밍증권의 에드워드 캠벨해리스 지점장은 "과감한 조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그러나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엿볼수
있는 계기는 마련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은행들이 이날 발표된 퇴출기업들에 대해 갖고 있는 부실채권은
소규모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기업들의 부실채권부문을 처리하기 위해서도
2차 퇴출기업선정 등 추가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청산이나 매각 등 퇴출기업들의 구체적인 사후조치도 신속하고 강력히 추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아자동차가 부실화된지 몇개월이 지났지만 이렇다할 결과가 없다는
것이다.

클라인워트 벤슨증권의 리처드 왈러스전무도 이번 발표에 대해 "구조조정을
앞당기는 조치이나 충분치는 않다"고 평가했다.

왈러스전무는 "은행들을 먼저 구조조정하는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부실기업의 과감한 정리로 은행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ING베어링증권의 빌 헌세이커 선임연구원은 "발표된 퇴출기업들은 은행이나
대기업에 큰 악영향를 끼지지 않을 정도로 자본금이 적은 기업들"이라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계열사 위주라는 설명이다.

이런 점에서 그는 "구조조정의 칼을 빼든 이상 보다 과감한 결단력으로
기업들을 거듭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들은 퇴출기업선정과 같은 부실기업의 정리가 빅딜로 연결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문을 품고 있다.

경쟁력강화나 수익성개선 등 시너지효과를 계산하기보다는 단순히 대기업
간의 사업맞교환 논의만 무성하다는 얘기다.

SBC워버그증권의 조나단 더튼 조사담당이사는 "빅딜이 성사되더라도 높은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묘책이 있는지에 의문이 간다"고
밝혔다.

빌 헌세이커 이사는 "빅딜을 하자면 어떤 조건을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문제"라며 "1차원적이고 단순한 사업맞교환은 의미가 없고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삼성자동차를 현대자동차가 떠안았을때 부채상환시기를 늦추거나 이자율을
낮추는 등의 세부적인 조건을 재조정할 수 있는 가능성 등을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단순한 사업맞교환으로 덩치를 불리는 것은 장기적으로도 부실만 키울
뿐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캠벨해리스 지점장은 "빅딜을 요구받아 우량기업이 부실기업을 흡수하게
될 경우 또 다른 부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과정에 적정한 선에서 개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빌 헌세이커이사는 "시장경제원칙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시장경제원리가
적용됐다면 이런 지경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빅딜 등 구조조정에
정부가 개입해 조정자역할을 하는게 대외신인도를 높이는데 오히려 도움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빅딜이 성사될지 여부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는게 외국인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 김홍열 기자 come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