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40억달러의 초대형 합작은행 탄생이 가능할 것인가.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국내4대그룹과 외국은행이 각각 20억달러씩 출자,
초대형은행을 만들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여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는 물론 금융계에서도 김 회장의 구상이 실현만 된다면 국내금융산업
발전에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김 회장이 평소 은행업진출을 생각해온 점을 감안하면 아무 근거없이
초대형은행 설립을 주장했을리 없다는 점에서 실현가능성도 상당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은행설립의 키를 쥐고 있는 금융감독위원회에서도 대기업들이 차입금이
아닌 자체 자금을 조달할수만 있으면 찬성할만한 일이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김 회장이 매입대상으로 거론한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은 합작자본에
의한 인수는 아주 바람직한 일이라고 반기고 있다.

문제는 그 가능성이다.

구체적으론 대기업들이 과연 그룹당 5억달러(7천억원)씩을 조달할수 있느냐
여부다.

이에대해 재계관계자들은 아직 구체적인 협의를 한 것이 아니어서 뭐라고
말할 입장이 아니다고 밝히고 있다.

일부그룹은 "김 회장 개인의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평가절하기도 한다.

그러나 김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차기회장이라는 점에서 김 회장의
제안을 무시할수 없다는데는 공감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의 진의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한 뒤에 자금조달
여부를 따지는게 순리"라며 "11일 열리는 전경련 회장단회의에서 1차적인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들이 초대형은행설립에 합의한다해도 넘어야할 산은 많다.

부채비율을 2백% 이내로 줄이라는게 정부의 요구다.

금감위는 차입금을 통한 은행설립은 있을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이런 판국에 대기업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동원할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융계에서는 김 회장의 구상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만일 김 회장의 구상대로 초대형은행이 탄생한다면 국내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은 저절로 이뤄질수 있으며 금융산업자체도 한단계 도약할수
있다는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외국은행에 매각을 앞두고 있는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은 특히 반기는
모습이다.

서울은행 관계자는 "외국자본에 매각되기 보다는 합작자본에 팔리는게
훨씬 낫다"며 "제일 서울은행이 합쳐진다면 더욱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금융계에서도 그러나 초대형은행 탄생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마디로 뜻은 좋지만 실현이 되겠느냐는 반응이다.

한 시중은행임원은 "합작자본에 의한 초대형은행을 만들수만 있으면 더
없이 좋지만 과연 그만한 돈을 투자할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다"고 반응했다.

이렇게 보면 김 회장의 초대형은행설립 구상에 대한 반응은 "원론 찬성,
실현가능성 미지수"로 요약된다.

따라서 초대형은행 탄생이 가능하느냐 여부는 과연 얼마나 타당성있는
자금조달방법을 제시하느냐에 달려 있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