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가 드디어 1백40엔대로 접어들었다.

오늘 열리는 서방선진 7개국(G7) 재무차관회의에서 엔화방어책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기대감 때문에 지난주 내내 간신히 지켜온 심리적 마지노선인
1백40엔선이 힘없이 무너진 것이다.

G7 재무차관회의의 의제는 엔화방어가 아니라는 루빈 미국 재무장관의
발언 탓이다.

이로써 올해안에 달러당 1백50엔대로 떨어지리라는 관측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특히 엔화가 달러당 1백50엔까지 하락해도 묵인할 용의가 있다는 루빈
재무장관의 발언이 엔화추락의 도화선을 제공한데 이어 프레드 버거스텐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IE)소장은 G7이 적극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을
경우 달러당 1백60엔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본다.

엔화하락의 부정적인 영향에 민감한 우리경제로서는 비상사태를 맞아
대응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우선 국제무역에 미치는 국제금융의 영향력이 어느 때보다 커진 지금
엔화폭락이 몰고올 세계무역의 위축및 디플레이션 심화가능성을 막기 위한
국제협조를 강화해야 한다.

엔화하락이 지속되면 막대한 부실채권과 장기불황에 시달리는 일본경제에서
미국으로의 대규모 자금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다.

또한 가뜩이나 통화위기로 침체에 빠진 동남아경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 압력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일본 금융기관의 부실이 심화돼 자금회수에 나서게 되고 이는 다시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경제를 옥죌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악순환을 차단하는 대응과정에서 선진국들은 자국이기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비록 미국경제가 장기호황을 누리고 있고 달러강세 덕분에 물가까지
안정됐지만 무역수지적자가 위협적인 수준이며 부동산및 주식값이 이미
지나치게 올라 거품파열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의 선택은 내부적으로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길밖에 없다.

엔화폭락으로 우리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졌지만
그렇다고 원화 평가절하가 해답일 수는 없다.

이미 자본.금융시장을 대폭 개방했고 외부충격을 신속하게 흡수하기 위해
환율 금리 분양가 등 가격통제를 대부분 해제했기 때문에 정책조정은 투자
효율향상 소비절약 인력재배치 교육강화 SOC확충 등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러자면 먼저 금융기관의 부실채권및 기업의 과잉설비를 서둘러 정리해야
함은 물론이다.

끝으로 동남아 통화위기를 빨리 수습하기 위한 지역경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미 거론됐던 아시아통화기금(AMF)의 창설을 비롯해 중국의 WTO가입,
나아가 동아시아 경제공동체구상 등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지난 30여년동안 자유무역을 통해 고도성장을 누려온 우리로서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