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완 < 전 과기처장관 >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이후 산업 구조조정에 관한 논의만 요란하고
생산성에 관한 문제는 제쳐 놓고 있으니 답답하다.

구조조정도 중요하지만 생산성향상 없이는 IMF사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일은 단시일내에 되지 않는다.

생산성은 국가 또는 사회에 형성되어 있는 물질.정신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직접적인 요소는 투자와 기술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 형편을 감안할 때 대대적 투자는 기대할 수 없다.

그렇다면 선택은 과학기술력뿐이다.

일반사람들이 과학기술이라고 하면 첨단과학기술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우리 과학기술은 선진국과 겨루기에는 아직 미약한 수준에 있다.

그러므로 생산성향상은 산업현장에 종사하는 기술자 관리자 기능공 그리고
근로자들로 구성된 "대중과학기술력"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일본은 지난 50년대 품질관리(QC)라는 경영기법을 통해 대중과학기술력을
동원,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당시만 해도 일본은 과학기술면에서 미국이나 서구에 크게 뒤져 있었다.

그런 일본이 미국에서 새로 도입한 QC기법을 종교적 열정으로 신봉하고
실천하였다.

현장 작업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QC서클기법 등을 개발하는 등 필사적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일본은 세계시장에서 품질.가격 우위성을 확보, 경제대국이 됐던
것이다.

품질관리는 모든 업무를 표준화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리고 일단 표준화된 것이라 하더라도 과학기술 발달과 더불어 끊임없는
개선이 요구된다.

개선은 새로운 과학기술적 방법을 채택함과 동시에 창의성이 가미되었을
때 가능하다.

작업표준을 개선함으로써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킨 예는 과학적
관리기법의 창시자로 알려진 테일러의 업적표준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는 금속절삭에 관한 종전의 작업표준을 개선함으로써 생산성을 무려
10배나 향상시켰다.

오늘날 우리의 산업현장에서도 10배는 아니더라도 20~30%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소지는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생산성을 올리게 하는 기법이 품질관리 또는 품질경영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일본사람이 해낸 것을 우리가 해내지 못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월드컵축구대회에서 일본을 이겼다고 법석을 떨 일이 아니다.

부를 창출하는 생산성경기에서 일본을 이길 수 있도록 새로운 결심과
실천을 다져야 할 때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