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 업계가 이른바 "빅6(Big Six)"를 중심으로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IMF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생존을 위한 새로운 판짜기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내년초부터 본격적인 회계법인들의 이합집산 행렬이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회계환경"의 급변으로 인한 회계사들의 반작용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IMF이후 기업의 부도가 속출하고 구조조정을 위한 계열사간
통폐합이 본격화되면서 공인회계사들의 회계감사업무 일감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나마 살아남아있는 기업들에서도 세무처리나 기업경영진단같은 부수적인
일감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회계사업계도 전반적으로 불황을 맞고 있는 셈이다.

특히 중소형 회계법인들이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중소형 회계법인 대부분이 기업회계감사와 세무업무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회계법인의 경우 감사업무가 지난해에 비해 절반 가까이 격감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대형 회계법인들의 경우에도 감사업무가 20~30%가량이나 줄었다.

세무처리가 사실상 주업무인 일반개인 회계사들도 불황의 늪에 빠져있다.

그렇지만 삼일 안진 세동 안건 산동 영화 등 "빅6"로 불리는 대형
회계법인들은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12개 시중은행에 대한 경영진단 실사작업에다 M&A 등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한 컨설팅업무가 폭주하고 있다.

회계법인간 뚜렷한 양극화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올해부터 증권감독원이 감사인 조직현황이나 질적 수준 등을
기준으로 회계법인을 평가한 결과를 공표할 경우 회계법인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낮은 등급을 받은 회계법인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심지어 도태되는 사태까지
빚어질게 뻔하기 때문이다.

중소형 회계법인들이 더욱 우려하는 것은 과연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감사인의 질적 수준을 평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가등급이 조직현황에 관한 평가에따라 대부분 좌우될 것으로
보고있다.

이렇게 될 경우 이득을 보는 편은 바로 "빅6"라는 것이다.

"빅6"의 경우 다른 회계법인들에 비해 조직이나 시설, 직원교육 등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 있기 때문이다.

"빅6"가 상위등급을 독식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비 빅6"의 도태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업계에서는 진단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규모면에서 "빅6"에 버금가는 신한 삼덕 청운 등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평가등급에서 자칫 "빅6"에 밀릴 경우 "빅6"와의 격차가 더욱 크게 벌어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휴선이 "미국 빅6"가 아니라는 이유 때문에 앞으로도 적잖은
불이익을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실제로 12개 시중은행 경영실사작업에 "빅6"만 참여토록해 논란을 빚기도
했었다.

IMF이후 공인회계사업계가 "빅6"위주로 급속히 재편되는 양상을 보이자
신한 삼덕 청운 등을 중심으로 "비 빅6"들이 연합전선 구축에 나섰다.

"빅6"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업계가 "빅6"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빅6가 기업 구조조정과정에서 특수를 누리고 있지만 구조조정이 마무리돼
특수가 사라지면 오히려 위기를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태진 청운회계
법인 대표이사).

게다가 제휴선인 외국 회계법인에서 파견된 외국인 회계사들이 늘어나면
국내 공인회계사들의 입지가 점점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하고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인회계사들은 업계의 "빅6" 중심구조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이에따라 일부 대형 회계법인들은 "빅6"중에서 규모가 비교적 작은
회계법인과 합병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대형 회계법인들의 합종연횡으로 회계사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외로 더빨리 이뤄질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 박영태 기자 py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