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체제로 들어서면서 국제회계기준을 시급히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세계은행(IBRD) 등은 국제회계기준에 따른 국내 기업및 금융기관의 투명한
회계가 보장돼야 한다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약속한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런 외부적인 압력이 아니더라도 국제회계기준을 수용해야 하는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기업활동의 국제화가 진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의 회계관련 정보가 신뢰받지 못하면 외국자본시장 등에서 따돌림
당할 수도 있다.

국내 기업들의 회계관행은 흔히 "회계는 회개하라"는 말로 대변되고 있다.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그만큼 신뢰성을 잃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무리 사정이 급박하다 해도 국제회계기준을 받아들이는데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 국제회계기준이란 =IMF는 양해각서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된 국제회계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국제회계원칙은 선진국들 사이에서 인정될 수 있는 원칙이다.

국제회계기준(IAS)은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C)가 제정한다.

그렇다고 모든 국가가 반드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나라마다 사회 경제 문화 등의 발전정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 8월 현재 세계 3백67개 유수기업이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하고
있다.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등 국제기구가 이들 기업을 지원하고 있어
국제회계기준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국제회계기준은 기업 부문별 재무제표의 엄격한 작성과 정확한 공시 등을
요구한다.

대표적인 예가 외화환산손실의 처리문제다.

정부는 지난해 원.달러환율의 급등으로 기업들이 외화환산손실을 입자 이를
몇년에 걸쳐 나눠 계상하는 이연자산으로 처리하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국제회계기준에서는 외화환산손실을 당기에 손익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런 국제회계기준을 채택하면 기업들이 외국 증권시장에 상장해
자금을 조달할 때 혜택을 볼 수 있다.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고자 하는 해당국가의 회계기준에 맞도록 재무제표를
다시 작성할 필요가 없다는 이점이 있다.

<> 국제회계기준의 현주소 =런던 유럽 홍콩 시드니 증권거래소는 국제회계
기준을 상장기업들의 회계기준으로 채택하고 있다.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의 경우 지난 96년 11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
EC)회의에서 국제회계기준을 수용키로 결의했다.

일본도 같은해 12월 회계시장의 개방과 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하기 위해
관련규정을 개정하기로 약속했다.

독일은 독일은행이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있다.

프랑스도 국내회계기준과 국제회계기준을 조화시키기 위해 국내법 개정을
검토중이다.

미국은 96년10월 외국기업이 미국증시에서 공모할 때 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국제회계기준을 액면그대로 자국 회계기준으로 채택하고 있는
국가는 드물다.

크로아티아 라트비아 몰타 파키스탄 토바고 등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주로 후진국으로 분류되는 국가들이다.

<> 무조건 삼켜야 하는 약인가 =국가마다 사회 문화 경제등의 발전정도에
차이가 있다.

일률적인 회계기준에 맞추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국내회계기준이 국제회계기준과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국제회계
기준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논리는 너무 단순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국제회계기준을 지지하고 있지만 중요한 항목에서는 독자적인
회계체계를 고집하고 있다.

다른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국내 관계자들은 "국내 기업들의 그릇된 회계관행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국제회계기준을 수용할 필요가 있지만 국내 사정의 특수성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캐나다의 경우 우리처럼 외화환산손실은 이연처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회계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수용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말레이시아와 파푸아뉴기니 등은 국제회계기준을 수용하고 있지만
국제회계기준에 없는 항목을 별도 기준으로 만들어 놓고 있다.

알바니아 방글라데시 콜롬비아 요르단 케냐 수단 폴란드 태국 우루과이
짐바브웨 등도 국내 환경에 맞게 국제회계기준을 받아들이고 있다.

국내 회계법인의 일부 관계자들도 "국제회계기준을 무조건 수용하면 자칫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의 회계기준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닐 위험성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달러가 세계경제의 기축통화이기에 미국은 외화환산손실의 당기
손익처리를 주장할 수 있다"며 "하지만 다른 국가들에 이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 김홍열 기자 come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