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러시아경제는 94년 멕시코의 판박이"

주가폭락과 통화가치하락 등으로 경제위기에 직면한 러시아가 지난 94년말
페소화 폭락사태로 외환위기의 "원조"가 된 멕시코를 쏙 빼 닮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치.사회 혼란과 외환보유고급감, 금리인상, 외채급증, 경상적자증가 등
여러면에서 4년전의 멕시코경제상황과 흡사하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멕시코의 전철을 밟았듯이 러시아도 환란의 회오리에
휩싸일 것이라는 우려가 높은 것도 그래서다.

먼저 외환보유고. 94년초 2백50억달러에 달했던 멕시코 외환보유고는 그해
12월 61억달러로 급격히 줄었다.

불과 1년새 4분의1이하로 급감했다.

그해 1월의 치아파스 농민반란과 3월의 대통령후보 암살사건 등 정치사회
불안으로 페소화가 하락하자 페소화 지지를 위해 외환보유고중 달러를 팔고
페소화를 사들인 시장개입의 결과였다.

러시아도 같은 수순이다.

작년 중반 2백40억달러이던 외환보유고가 지난 4월말 1백55억달러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임금체불에 항의한 광부들의 파업사태가 격화되는 등 정치사회불안으로
외국인투자자들이 떠나면서 루블화가 떨어지자 중앙은행이 시장개입에 많은
돈을 써버린게 큰 이유였다.

중앙은행은 루블화 방어를 위해 최근 1주일새 15억달러를 쏟아부었다.

달아나는 외국자본(달러)을 붙잡기 위해 고금리정책을 쓴 것도 똑같다.

러시아는 최근 재할인율을 종전 50%에서 1백50%로 인상했다.

멕시코도 그당시 외국자본 이탈을 막기위해 금리를 여러차례 올렸었다.

외채급증도 비슷하다.

멕시코의 경우 88년 6백28억달러에 달했던 외채가 94년 1천4백22억달러로
급증했다.

6년만에 2배이상으로 늘어났다.

특히 이중에서 단기외채가 80%에 육박할 정도로 매우 높았다.

러시아도 외채가 현재 1천4백억달러로 지난 2~3년 사이에 수백억달러
증가했다.

경상적자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공통점이다.

94년 멕시코경상적자는 2백97억달러로 GDP의 8.3%나 됐다.

러시아는 올들어 국제유가하락 등으로 원유수출액이 감소, 무역흑자가 대폭
줄어들고 있다.

이에따라 올해 5억9천만달러의 경상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밖에도 94년 당시의 멕시코와 지금의 러시아는 경제력에 걸맞지 않게
지나치게 고평가된 통화가치와 금융시스템 불안이라는 공통점까지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징후를 딱이 하나로 꼬집어내기는 힘들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외환보유고가 급감하면서 <>외채가 급증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적자 비율이 일정수준을 넘어서면 외환위기가 임박했다는
적신호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 김수찬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