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 상공에서 내려다보면 시내 중심부에 우뚝
솟아있는 고층빌딩군이 한눈에 들어온다.

빌딩이 높고 아름답게 설계돼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로스엔젤레스를 배경으로 한 영화의 도입부에서 자주 나타나기도 하는
이곳이 바로 L.A.가 자랑하는 벙커힐(Bunker Hill)타운이다.

헐리우드,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이어 L.A.의 상징으로 꼽힐 정도다.

벙커힐타운은 아름다운 외형에 어울릴 만큼 도시기능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세계적인 금융회사가 입주해있을 뿐아니라 상가 주거 문화 오락기능이
망라돼있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벙커힐타운은 북쪽으로 1번가, 남쪽으로 5번가, 동쪽으로 힐가, 서쪽으로
하버프리웨이로 둘러싸인 16만2천평 부지에 복합개발방식으로 재개발됐다.

50년대말과 60년대초에 재개발계획이 첫 입안됐으나 68년에야 개발승인이
떨어져 본격적인 삽질이 시작됐다.

화려한 건축미를 자랑하는 벙커힐타운의 과거모습은 슬럼가 그 자체였다.

쓰러져가는 주택과 상가들이 즐비했다.

지형이 높은 탓에 슬럼가의 모습은 전체 도시미관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었다.

로스엔젤레스 시위원회는 이에따라 이곳 16만2천평을 재개발,
로스엔젤레스의 상징으로 탈바꿈시키기로 결정했다.

시위원회는 도심의 공동화를 막는데 개발의 주안점을 뒀다.

이를 위해 시위원회는 업무상업시설외에 주거 문화 오락 공원시설을
복합적으로 건설키로 했다.

토지이용비율은도로 34.68%, 공공시설 7.04%, 상업업무시설 33.77%,
주거시설 23.43%, 산업시설 1.08% 등으로 도심을 균형있게 개발했다.

이중 도로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 점이 특기할만하다.

도심을 재개발하면서 향후 늘어나는 교통량을 감안, 도로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인 것이다.

벙커힐의 성공을 위해 세계적인 금융회사를 업무상업지에 유치했다.

좋은 기업을 불러들여야 재개발성공은 물론 지역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웰즈파고은행본사를 비롯해 로스엔젤레스 세계무역센터빌딩 시큐리티패시픽
내셔널은행 등이 대표적인 회사들이다.

이들 건물들은 모두 40~50층높이를 자랑하지만 1층 정문앞을 탁트인
공원으로 설계해 고층건물이 주는 답답함을 덜었다.

또 건물과 건물사이에 각종 상업시설을 배치, 입주자 등이 식사는 물론
쇼핑 레저에 이르기까지 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여기에다 건물을 연결하는 도로에 가로수를 많이 심어 입주자들이 산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주거시설로는 벙커힐즈타워 앤젤스플라자 브롬나드타워즈 등 3천6백가구
규모의 고층집합주택이 들어섰다.

주입주자들은 인근 직장인들과 재개발원주민들이다.

로스엔젤레스 지역재개발국의 쿡 수누씨는 "재개발로 집이 헐린 원주민을
수용하고 직장인들이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이 필요해 주거시설을 지었다"고
말했다.

또 금융가를 찾는 비즈니스맨들이 이곳에서 숙박할 수 있도록 2천5백실
규모의 대규모 "벤처호텔"를 건립한 것도 특징이다.

숙박시설을 업무지역내에 유치함으로써 비즈니스를 보다 신속하고 편안하게
처리하도록 한 것이다.

또 1천석규모의 극장과 댄스갤러리 등 전시시설을 건설, 입주민들이 다른
곳에 가지않고도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벙커힐이 자랑하는 최고의 명물은 중심부에 설치된 1만5천평 규모의
캘리포니아 플라자.

인공호수와 폭포가 설치돼 있어 마치 휴양지에 온 듯한 착각마저 불러
일으킨다.

이곳에는 호텔과 사무실은 물론 현대식 미술관과 극장 쇼핑거리 레스토랑이
별도로 설치돼 직장인들이 아무때나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인 3세인 쿡 수누씨는 "도심재개발하면 의례히 업무중심개발이
주테마로 알려져 있지만 이곳은 종합개발이 성공을 거둔 사례로 손꼽힌다"고
자랑했다.

< 글 고기완 기자 dada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