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으로 떼밀려나고 세대교체로 옷 벗고..."

6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일본 주요기업의 최고경영자 교체가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이유도 가지가지다.

문책이 있는가 하면 신진대사를 위해 젊은 층으로 바꾸는 경우도 있고,
경영쇄신을 위한 물갈이도 있다.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한 부사장 사장 회장을 거쳐 상담역을 맡던
일본식 인사의 관례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샐러리맨의 꿈이었던 대기업의 톱자리가 이젠 가시방석이 돼버린
상황이다.

올 인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패턴은 세대교체.

빅뱅을 치르고 있는 은행 보험업계와 합종연횡에 여념이 없는 통신업계를
중심으로 50대 경영진의 발탁이 눈에 띄고있다.

메이지생명보험은 현 하타사장보다 13세 적은 가네코전무(56)를
후임사장으로 결정했다.

일본텔레콤도 70세인 사카다 현사장을 59세인 무라카미부사장으로
교체하기로 확정했다.

DDI(제2전전)는 60대 후반인 오쿠야마사장을 퇴진시키고 10세 연하인
히오키부사장을 승격시켰다.

경영악화를 타개하기 위한 공격경영의 포석으로 경영진이 물갈이된
사례도 두드러지고 있다.

세가엔터프라이시스의 나카야마사장은 실적부진을 이유로 경질됐다.

세가는 후임에 이리마지리부사장을 발탁했다.

이토추상사도 무로후시회장을 퇴진시키고 감량경영추진에 중심역할을
해온 니와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재임 11년을 맞은 미쓰이부동산의 다나카사장도 경기침체에 따른
위기타개를 위해 이와사전무에게 자리를 넘겨 줬다.

후지쓰는 시스템엔지니어출신인 아키쿠사전무를 발탁했다.

주력사업을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전환시키겠다는 포석이다.

산요전기도 멀티미디어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창업주 가계와 전혀 관계가
없는 곤도전무에게 회사경영권을 맡기기로 했다.

인책퇴진도 줄을 잇고 있다.

미쓰비시전기의 기타오카사장은 전후 첫 적자결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상담역으로 물러난다.

일본항공도 대규모 적자를 이유로 곤도사장을 임기중에 중도하차시키기로
결정했다.

"벤처계 스타"로 통했던 아스키의 창업자 니시도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장자리를 내놨다.

미쓰코시백화점의 쓰다사장, 종방의 이시하라사장, 사이토공업의
사토사장도 적자경영으로 인해 물러난다.

경기부진에 따른 경영실적 악화에다 빅뱅등 환경의 변화까지 겹치면서
일본기업들의 올해 최고경영자 교체는 사상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도쿄=김경식 특파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