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지도를 최초로 제작한 김정호가 지금 서남해안의 지형을 본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

예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약 15만ha의 새로운 국토가 조성됐거나
개발중이어서 서남해안선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하천으로부터 유입된 다량의 부유사가 퇴적된 간석지는 서울의 13배 크기로
새 국토를 창출할 수 있는 자연의 선물이다.

우리나라는 70년이후 21개 지구에 4조7천억원을 투입해 국민 1인당
9평규모로 국토를 늘려 왔다.

이 결과 2백27만석의 쌀을 더 생산해냈고 91억t의 수자원을 확보해 농업
공업 생활용수를 공급받고 있다.

지난 20년간 도시화과정에서 농경지는 산업및 도시용지의 주공급원이 돼
44만ha가 줄었다.

간척사업으로 조성한 농지가 15만ha정도니까 결국 29만ha의 농경지가 감소한
셈이다.

근래에는 농지전용이 더 심각해져 식량이 무기화되는 비상시국엔 우리민족
생존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제한된 국토에서 식량자급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농지확장에는 간척이상의
대안이 없다.

또 간척은 국토확장외에 지역경제 활성화와 교통 발달로 도서지방
생활여건을 향상시키는 효과도 있다.

환경론자들로부터 "환경파괴"라는 비판을 무릅쓰면서도 간척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다.

최근 김포매립지를 둘러싼 용도변경논란에는 간척사업으로 어렵게 이뤄놓은
농지를 단순 비교우위적 발상에서 공업용지로 전환하겠다는 인식이 있다.

오는 2004년 우리나라 벼 재배면적은 95만5천ha로 줄어든다.

이렇게되면 현재 26%를 밑도는 식량자급도는 더욱 낮아지고 식량수입을
위한 외화지출은 늘게 될 것이다.

또 농지로 예정된 땅마저 산업용지및 위락단지로 변경한다면 또 하나의
거대도시가 탄생, 서울과 인천은 오염권역으로 변화할 것이다.

김포매립지는 당초 매립허가를 신청하고 정부당국이 승인한 대로 농경지로
조성해야한다.

그것이 환경을 살리고 식량자급기반을 구축하며 경제정의가 서는 길이다.

이근모 < 한국농공학회 부회장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