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인 중소기업 특별위원회가 출범한 지난 28일 첫회의에서
다음달 1일부터 법정기일인 60일을 넘는 상업어음의 할인료율을 대폭 올리는
한편 어음할인을 촉진하기 위해 한국은행 총액대출 지원대상에서 어음결제일
제한규정을 없애기로 했다.

이밖에도 여권 일부에서는 오는 2001년 7월말까지 어음제도를 완전히
폐지하되 앞으로 3년동안은 어음만기를 60일이 넘지 못하도록 하고 하도급
대금의 50% 이상을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경제적 약자인 중소기업은 울며 겨자먹기로 장기어음이라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현실이다.

이때문에 중소기업은 만성적인 자금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고,
어음발행 업체가 부도를 낼 경우 당장 연쇄도산 위기에 빠졌다.

이같은 어음제도 병폐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83년 이철희.장영자 어음사기사건으로 이때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연쇄도산 했고 부도금액도 수천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런 폐해를 알면서도 현실적으로 상거래에서 어음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강력한 정부시책으로 한때 50% 안팎에 머물던 어음결제 비중은 지난해부터
다시 높아져 올초에는 85%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최근에는 발행어음의 60% 이상이 만기가 90일이상이며 재작년에
93일이던 평균 결제기간도 최근에는 1백20일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지난해 교환된 어음 9천5백22조원중 0.4%인 38조원이 부도처리됐으며
어음부도율은 올들어서도 1월 0.53%, 2월 0.62%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어느 때보다 자금난이 절박한 지금 중소기업 특위가 어음제도의
개선대책을 들고 나온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문제는 개선대책을 어떻게 현실에 뿌리내리게 하느냐는 점이다.

만기가 60일을 넘는 어음에 대한 할인료율을 현행 어음액면가의 12.5%에서
17%로, 그리고 90일을 초과하면 19%로 대폭 인상할 경우 대기업들이 납품
대금을 깎음으로써 어음할인료 부담을 중소기업에 전가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물론 공정거래위와 중소기업청이 공동으로 5백개 기업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어음할인료 지급실태조사를 벌일 예정이며 강력한 단속을 다짐하고
있지만 거래관계 단절을 각오해야 하는 마당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이보다는 어음발행 자체를 까다롭게 하고 신용이 나쁜 업체는 함부로
어음을 발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예방책이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궁극적으로는 목표시한을 정해 어음제도 자체의 폐지를 향한 종합대책을
마련,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다만 우선은 어음발행 업체의 신용도조사를 철저히 하고 부도를 낸 불량
거래자가 타인명의로 금융거래를 못하도록 단속해 신용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

아울러 은행의 어음책 관리를 강화하고 어음발행액의 일정비율을
어음보험기금으로 징수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