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부의 교육개혁이 점차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사교육비의 절감, 대학평가의 강화, 실직자에 대한 교육지원 등을 통한
범국민적인 교육개혁으로 미래의 지식 사회에 대비한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러나 미래 지식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학원의 중요성을
인식하여야 한다.

대학원 강화는 무엇보다 우수한 두뇌 확보를 위해 중요하다.

고등교육법의 개정은 대학의 학부제 추진을 강력히 지원하고 있으며,
학부제는 대학 개혁의 기본 틀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학부제는 반드시 대학원 교육의 강화를 전제로 이루어져야 한다.

대학원 교육의 강화가 전제되지 않는 학부제는 두뇌 강국을 통한 미래
지식사회대비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학원 강화는 대학 개혁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대학의 중심 기능은 연구와 교육이다.

그러나 대학 개혁의 초점은 언제나 교육의 측면, 그것도 학부의 개혁에만
맞추어져 왔다.

대학 입시를 비롯한 학부 관련 난제가 너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연구와 교육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아서 양질의 교육은 질 높은
연구를 바탕으로만 가능하다.

다시 말해 학부의 교육이 질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학원
강화를 통한 연구의 질적 성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원의 강화는 대학 개혁에서 사실상 가장 어려운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교수들의 연구 능력 고취를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몇년전부터 교수들의 연구와 교육에 대한 인센티브를 높이고자 성과급
제도를 도입하였지만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으며, 한국의 교수들
에게는 교육과 연구보다 개인의 성가를 높이고 인정받을 수 있는 다른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교수들의 연구 능력 고취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대학원을 강화해야
한다.

대학원이 제기능을 다하면 지식 산업의 발달이 크게 앞당겨진다.

지식 시장이 발달하면 각 개인의 성과에 따른 상벌 제도가 자연스럽게
정착될 수 있으며, 대학이 폐쇄 사회에서 개방 사회로 열리게 되는 발판이
마련될 수 있다.

따라서 대학사회는 경쟁을 바탕으로 질 높은 성장을 하게 될 것이다.

대학원의 강화는 대학이 본질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가치와 일치하기
때문에 그 명분에 있어 이견이 있을 수 없어서 실천적인 측면에서도 가장
효과적이며 자연스러운 방법이 될 것이다.

물론 정부에서도 대학원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대학원 중심 대학을
육성하겠다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안은 새로운 지식 창출을 일부 학교에만 의존하겠다는
발상이기 때문에 온당하지 못하다.

일류 지식을 창출하는 대학이 있다면 이류나 삼류 지식을 개발하는 대학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학원 중심 대학의 선정도 교육부가 주도할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경쟁을
통하여 나타난 결과에 의거해야 할 것이다.

모든 대학으로 하여금 학부와 대학원을 동시에 운용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

교육부가 계획하고 있는 바와 같이 교육 시장에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만 마련된다면 대학의 우열이 쉽게 가려지고, 각 대학은 각자
비교우위가 있는 부문에 특화하게 될 것이다.

경쟁에서 쓰러지는 학교가 있으면 당연히 교육 시장으로부터 퇴출하도록
해야 한다.

철저하게 시장원리를 적용하는 것이다.

각 대학에 자율을 주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유와 책임 원칙에
입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학교육의 전반적인 틀에 관한 사항이지만, 대학원의 강화를
위해서도 국공립 대학의 사립화 전환이 장기적으로 반드시 검토되어야 한다.

정부 보조를 전제로 하고 있는 "국공"이라는 울타리는 사립에 비하여
생존의 위협을 덜 느끼게 하기 때문에 경쟁 촉발의 견인차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이 울타리는 국공립이기 때문에 무너져도 마지막으로 무너질 것이라는
안이함을 낳고 있으며, 성과가 좋지 않아서 약간의 불이익을 받더라도
기본적인 돈줄이 보장되어 있으니 생존하기 위해서 그다지 노심초사해야
할 유인을 강하게 가지지 못하게 하고 있다.

고등교육을 정부 부문에서 담당해야 한다는 사고 자체에 커다란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무슨 일이든 시행에 있어 우선 순위는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교육 개혁이 진정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우수 두뇌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대학원
강화를 통해 연구 경쟁력 확보 기반을 조성해야만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