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위원회의 정부출연연구기관 통폐합 방침에 상당수 연구기관이
반발하고 있다.

부처당 1개만 살아남게된 인문사회계열 연구기관 사이에서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기준이 모호하고 통합논리도 지나치게 획일적이라는게 불만사항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갑자기 날벼락을 맞은 케이스.

기획예산위는 이 기관을 재정경제부산하로 분류해 발표했다.

하지만 이 곳은 여러 은행이 공동출자해 설립한 사단법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조세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같이 통합대상
으로 뭉뚱그려진데 대해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이다.

박영철 금융연구원장은 8일 진념 기획예산위원장을 만나 "금융연구원이
재경부 산하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강력히 항의했다.

이에대해 기획예산위 관계자는 "사실 정부출연기관을 명확히 구분하기가
어렵다"며 "정부지원은 없지만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과 연결돼있어 포함했다"고 말했다.

다소 무리한 분류였음을 인정한 셈이다.

다른 연구기관도 불만을 갖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당장 일자리를 위협받게 된 연구원들은 소속 부처의 움직임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학기술계도 강력히 비판하는 분위기다.

기능별로 통폐합을 하라지만 특성상 연구장비와 시설이 다양해 통폐합이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80년대 한국과학기술원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통합했다가 다시
분리한 적도 있다.

18개 연구기관을 갖고 있는 과학기술부는 7일부터 9일까지 산하기관장
회의를 갖고 방침을 숙의했다.

여기서 과기부는 유사 중복업무를 조정해 인력과 기구를 최대한 축소
하겠지만 통폐합은 어렵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예산위는 이같은 반발에 대해 당혹한 모습이다.

일단 오는 14일까지 제출될 각 부처별 경영혁신계획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무마에 나섰다.

그러나 양보만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획예산위는 기능필요성이 없거나 민간수행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되는
기관은 폐지하거나 민영화하겠다는 강수를 남몰래 준비하고 있다.

< 김준현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