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새경영시스템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주주총회를 전후해 그룹별 경영구조의 새틀이 짜여지고 있다.

새경영시스템은 경영투명성 제고와 계열사별 자율경영보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룹 상징인 기조실은 서둘러 폐지키로 했다.

그 대신 그룹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별도 조직이 주력사에 설치된다.

기업들이 새로운 경영체제를 구축한데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정부의 대기업개혁에 동참한다는 뜻이 있다.

새정부는 쉴새없이 대기업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대기업 지배.경영구조와 재무구조개선이 주된 내용이다.

그러나 내년까지 부채비율을 2백%로 낮추는 등 재무구조를 개선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게 재계 입장이다.

따라서 당장 가능한 경영구조개편부터 서두르자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새경영시스템을 도입한 또다른 이유는 외자유치 등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서다.

최근 SK텔레콤 등의 사례에서 보듯 앞으로 외국인주주와 소수주주의 목소리
가 커지게 된다.

투명한 경영이 보장되지 않으면 외국투자가들은 등을 돌리게 된다.

외자를 유치할 수 없으면 기업구조조정도 힘들어진다.

현대그룹은 이사회중심의 경영을 기치로 내걸었다.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이사회를 실질적인 최고의결기구로 격상시켰다.

이사회는 경영진에 대한 감독권도 갖는다.

현대 계열사들의 이사회는 대주주 사외이사 집행이사로 구성되는 3각체제
이다.

사외이사는 대주주와 경영진을 견제해 소액주주를 보호한다.

삼성그룹은 이건희회장이 대표이사를 맡는 삼성전자에 경영위원회를 두기로
했다.

삼성은 27일 주총에서 경영위원회 설치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정관을 개정
했다.

경영위원회는 이사회의 일부 권한을 위임받아 신속하게 주요 정책을 결정
하게 된다.

이사회를 운영하는데 따른 단점을 보완하자는 취지도 있다.

그룹비서실은 4월초 해체하고 회장의 보좌기구를 삼성전자에 설치해 사업
구조조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LG는 그룹 이사회중심의 계열사 독립경영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에따라 LG 계열사들은 그룹개념에서 탈피해 독립경영협력체로 바뀌게
된다.

효율적인 이사회운영을 위해 주요사에 10명 내외의 이사회지원실을 둘
계획이다.

LG는 회장실을 폐지하는 대신 구조조정본부(본부장 이문호사장)를 2년동안
한시적으로 운영키로 했다.

대우그룹도 정부방침에 따라 계열사별 독립경영을 강화하는 쪽으로 그룹
경영구조조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우의 계획은 외자를 유치하면서 경영시스템을 선진화시킨다는 것.

대우는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제일은행에 제출하면서 최고 20억달러 내외의
외자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렇게 되면 대우자동차 등 국내외 사업체의 지배및 경영구조변화는
불가피하다.

이밖에 대부분의 그룹들도 경영구조개선을 통해 구조조정의 실마리를
찾으려해 투명경영이 재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 이익원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