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 둔덕이 있어야 비빌 수 있듯이 크든 작든 투자에도 종잣돈이
있어야 한다.

봉급생활자도 이 어려운 때 주변을 잘 살펴보면 비빌 둔덕을 찾을 수
있다.

모정보통신업체를 다니던 양모씨(45)가 종잣돈으로 어려움을 극복한
케이스.

양씨는 작년말 명예퇴직을 당할 때만해도 깊은 실의에 빠졌으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퇴직금 1억2천만원이면 식구들을 굶기지는 않겠다는 생각에 시드머니
마련을 위해 양씨는 분당에 갖고 있는 아파트를 시세보다 훨씬 싼
1억3천만원에 처분하고 부모님 집으로 들어갔다.

종잣돈은 퇴직금 포함 2억5천만원.

우선 퇴직금중 1억원은 이자율 연리 17.5%의 단기상품에 맡기고
2천만원은 아내가 가사에 쓸 수 있도록 저축성 예금에 집어 넣었다.

예전같지는 않지만 식구들의 의식주는 일단 해결됐다는 생각에 양씨는
나머지 1억3천만원으로 신대방 전철역 인근에서 9평짜리 상가를 평당
8백만원씩 7천2백만원에 지난해 12월말 매입했다.

여러 업종을 놓고 고민하던 끝에 양씨는 악세사리 컴퓨터 및 사무기기
등을 취급하는 신변잡화점 "팬시할인점"을 차렸다.

유동인구가 많은데다 주변에 초.중.고교가 산재하는 등 소비층이 두터운
입지를 고려했다.

양씨는 젊은 소비층을 겨냥, 내부인테리어도 이들 취향에 맞게 꾸미고
종업원도 생기있는 사람으로 뽑았다.

양씨가 들인 돈은 인테리어비 1천5백만원, 물품구입비 3천만원,
상가구입비 7천2백만원 등 1억1천7백만원.

나머지 1천3백만원은 3개월짜리 신탁에 맡겼다.

양씨가 지난 1,2월에 올린 매출실적은 평균 8백50만원.

매출원가 3백50만원, 종업원임금 70만원, 제반경비 80만원 등을 제하고
한달에 3백50만원씩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양씨는 회사를 다닐 때와 달리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도, 취미생활도
할 수 없지만 IMF시대에 식구들을 충분히 부양할 수 있고 사장이 됐다는
기쁨에 들떠있다.

상가 땅값역시 평당 8백만원이며 싼 것이어서 몇년 후 경기가 풀리면
상승도 예상된다.

특히 퇴직금중 은행에 맡긴 1억원의 이자가 세금(이자의 22%)을 제외한
총 1천3백65만원으로 양씨는 매달 1백14만원에 가까운 재산소득도 올릴 수
있다.

양씨는 상가에서 올리는 3백50만원중 1백만원은 생활비로 보태고 나머지
2백50만원과 은행이자소득과 1억원은 금리가 높은 저축상품에 투자할
계획이다.

평가하기에 이르지만 일단 포트폴리오에 성공한 양씨는 호황기가
돌아오면 새로운 업종으로 전환하기 위한 종잣돈을 마련하기 위해 오늘도
뛰고 있다.

< 방형국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