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문화.관광정책을 수행할 문화관광부가 3일 출범했다.

기존의 업무외에 방송 관광 등을 총괄하는 거대부서로 떠오른
문화관광부가 풀어 나가야할 당면과제들을 3회로 나누어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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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부는 이전의 문화체육부보다 담당 분야가 크게 늘어났다.

기존의 문화재 공연예술 문화산업 청소년 종교 체육은 물론 관광
해외공보 방송정책까지 커버해야 하는 대규모 "멀티"부서로 떠올랐다.

마치 "공룡"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재정경제원을 연상케 하는 거대부서로
부상한 것이다.

소속 기관만해도 무려 16개나 된다.

또 문예진흥기금 관광진흥기금 청소년진흥기금 체육진흥기금 등
관리하는 기금도 1조원이 넘는다.

산하 케이블TV 방송만해도 KTV 스포츠TV 아리랑TV 등 3개나 된다.

"힘없는 부서"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던 부서가 하루아침에 막강한(?)
힘을 갖게 됐다.

그러나 문제는 이 거대부서의 정체성 확립에 대한 과제이다.

"건전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문화부와
체육청소년부를 통합해 93년 출발한 문화체육부는 부처의 정체성을 찾는데
3년반이 걸렸다는게 관계자의 실토다.

그동안 스포츠야말로 진정한 문화라는 논리도 나왔고 문화와 체육은
같은 뿌리라는 이론도 제기됐다.

문화와 체육이 조화를 이루며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는 시점에서 방송과
관광 해외공보 등 엄청난 영역이 들어오면서 또다시 새로운 정체성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된 것이다.

문화관광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부처 비대화에 대해 "다양한 분야가
모아져 시너지효과를 거둘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라는 입장을
펼친다.

그러나 문화예술계에서는 "서로 다른 성격의 업무가 한 지붕 밑에서
처리하게 돼 있어 효율성와 전문성이 얼마나 발휘될지 의문"이라며 우려를
금치 못한다.

문화 체육 관광 방송 등의 업무가 워낙 이질적이어서 인사교류나 업무간
연계도 제대로 이루어질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다.

또 정책의 우선 순위를 어떻게 정해야할지, 현재 추진중인 사업을 누가
꼼꼼히 챙길 것인지도 과제다.

실제로 문화관광부가 펼쳐 나가야할 과제는 하나둘이 아니다.

국립국어연구원은 국어정보화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국립예술학교는 산하 예술원을 모두 개교, 본격적인 예술영재 발굴
작업에 나설 채비다.

또 용산의 새 중앙박물관 건립을 목전에 두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국가도서관 전산망 구축을 위해 온힘을 모으고 있다.

모두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중요한 사업들이다.

이러한 대형프로젝트들이 김영삼 정권때처럼 5명의 장관이 경질될 때마다
일관성이 없이 들쭉날쭉한다면 문화행정은 또다시 제자리를 찾지 못한채
전시행정, 일과성 행정에 머무르게 될 수 밖에 없다.

신설 문화관광부는 문화산업과 관광산업의 육성을 대명제로 내걸고 있다.

그러나 이에 앞서 문화관광부의 정체성이 무엇이고 목표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논의한뒤 일관성 영속성이 있는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 오춘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