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자율화이후 주택수요자들이 내집마련계획을 세우는데 상당한
혼란을 겪고 있다.

종전 같으면 청약통장에 가입해 순위를 기다리다가 마음에 드는 지역의
아파트를 분양받는 단순한 흐름을 따라 움직이면 그만이었다.

수요자가 해야할 일은 어느 지역 어떤 아파트에 청약하고, 채권액을
얼마나 써내야할까를 결정하는게 거의 전부였다고 할수 있다.

그러나 자율화시행이후 수요자가 선택하고 결정을 내려야할 사항이
많아졌다.

특히 공공택지개발지구에 지어지는 주택이나 국민주택은 자율화대상에서
제외됨에 따라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요자들은 내집마련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까.

먼저 청약통장 장기가입자, 즉 지역우선순위 청약이 가능한 수요자는
공공택지개발지구 아파트를 겨냥하는게 유리하다.

이들 지구는 여전히 분양가 규제를 받는 만큼 상당한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게다가 분양대기물량도 적지 않다.

수도권에서만 올해 공급될 아파트가 4만여가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에는 서울 휘경, 용인 구갈2, 기흥 영덕, 수원 정자2, 수원 조원,
구리 토평지구 등 일급 주거지역도 들어 있다.

분양가 규제가 풀린 민간택지에 건립되는 아파트를 선별청약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수 있다.

대신 민간택지 아파트는 입지여건이 뛰어나면서 단지규모가 크고
금융비용을 포함한 분양가가 주변시세에 비해 낮아야 한다.

청약통장 단기가입자나 미가입자는 자금사정에 따라 계획을 달리 세워야
할것으로 보인다.

자금여력이 있는 수요자는 청약통장을 포기하고 입주 초기의 대단지
아파트나 서울 수도권 요지의 급매물 아파트를 매입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만하다.

부동산경기 장기침체에 IMF 한파가 겹친 요즘 대형 아파트단지 인근
중개업소에는 매물이 넘쳐나고 있다.

이들 매물중 층과 향이 좋고 가격이 낮은 물건을 골라 사면 된다.

집값을 일시불로 지불하는 조건이라면 더 싼 값에 살수도 있다.

자금이 충분치 않은 수요자들은 청약통장을 보유한 상태에서 장기적으로
내집마련 계획을 세우는 수 밖에 없다.

집마련자금을 조금씩 늘려가면서 우선청약순위에 진입한후 청약에
나서는게 순리이다.

고금리시대에 무리하게 돈을 빌려 투자하는 것은 피하는게 최선이기
때문이다.

< 이정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