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바뀌면서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용어들을 접하게
된다.

얼마전에도 타임지는 정보폭행(Information Rape)이라는 신조어를 소개했다.

정보사회는 우리에게 많은 편리함을 가져다 준 반면에 바람직하지 않은
일들도 수반하였다.

특히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에 관해서는 거의 무방비상태라 할수 있는데
지난해 타임지는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을 엿보고
있다면서 미국 오하이오주에 사는 데니스라는 여인의 이야기를 게재하였다.

어느날 그녀는 낯선 사람에게서 한통의 편지를 받게 된다.

처음에는 그녀의 신생에 관한 일반적인 내용이었으나 횟수가 거듭되면서
그녀가 좋아하는 향수와 초코렛, 목욕비누, 심지어는 그녀가 사용하는 피임
도구까지도 적혀 있었다.

일이 이쯤되면 편지를 받아본 여인이 느끼는 수치심은 어떠하겠는가.

그래서 타임지는 "정보폭행"이라는 말을 써가면서 정보사회의 그림자에
대해 논하고 있다.

경찰조사결과 텍사스의 어느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한 죄수의 소행으로
밝혀졌는데 이 남자는 소비자 정보를 취급하는 회사에서 데니스에 대한
정보를 구입하였다고 한다.

오늘날 개인의 정보는 완전히 노출되어 있다.

지난 연말 일본에선 사쿠라은행의 1만8천명의 고객정보가 외부로 누출되어
사회문제화 된 일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몇년전 어느 백화점의 고객정보가 유출되어 개별고객의
소비행태가 세간에 알려져서 문제가 되었었다.

정보사회에서는 어떤 일도 숨길수 없다.

그런 점에서 어느 누구라도 떳떳한 일이 아니면 할수 없는 투명한 사회가
바로 정보사회일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개인의 프라이버시 만큼은 침해되어서는 안된다.

지나친 프라이버시 침해는 마치 성폭행과 같이 사람들에게 수치심을 주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