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은 국력"이란 슬로건이 나돈지도 오래되었다.

체력의 결정체인 스포츠에서 한국이 유수한 국가로 등장한 것도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런 일들로 해서 우리는 한국인의 체력이 강인하다고 믿어왔다.

지금까지는 그랬었는지 모른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인가에 대해선 의문이다.

교육부가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10년동안
이들의 몸무게와 키는 쑥쑥 자랐지만 체력과 체질은 현저하게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덩치만 장대해졌지 체력은 비실비실해졌다는 말과 같다.

달리기 턱걸이 던지기 멀리뛰기 등에서 종전보다 기록이 모두 저하된
것이다.

비만증 충치 근시는 오히려 더 늘어 체질면에서도 우려할 현상이 드러났다.

초.중.고생은 학교생활이 일과의 거의 전부다.

거기다가 가정생활조차도 학교생활의 연장이다.

이렇게 보면 교육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입시위주 교육으로 학생들이 자유롭게 몸을 단련할 겨를이 없었을 것이
뻔하다.

여기에다 잘못된 식생활과 영양과잉섭취가 겹쳐 신체의 외화내빈을
자초했다.

얼마전 일본에서도 입시제도 때문에 생기는 학생들의 성격변화가
문제되었다.

즉 여학생은 강해지고 남학생은 연약해지는 남녀 성격 역전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남학생은 부모의 기대를 한껏 걸머지고 그 뜻에 따라 진로를 결정하게
되어 위험한 일은 피하고 무난한 일만 하다보니 결단이나 실행을 위한
담력을 상실하여 연약하게 됐다고 한다.

반면에 여학생은 여자니까 젊을때 하고싶은대로 하라고 진로선택에
과잉개입을 안해 결과적으로 자립심이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체력과 성격의 상관관계는 아직은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 인식은 강인한 체력에서 대담한 성격이 양성된다고 믿고
있다.

대담형 인간은 삶과 일에 적극적으로 투신하며 무엇을 하든 천성적으로
일에 관심을 갖는다.

호기심과 모험심, 통제력과 도전, 변화의 추구 등도 이에서 비롯된다.

IMF한파를 극복하려면 바로 이런 인간형이 필요한데 초.중.고생의 체력과
체질이 저하되고 있다니 걱정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