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발표된 외환위기는 환율폭등으로 이어졌다.

미화 1달러당 8백원대를 유지하던 환율이 1천6백원대로 두배로 뛰어버렸다.

외화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기업들은 거대한 환차손을 부담하게 되었으며
재무구조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버렸다.

외화부채는 결산일 현재의 환율로 평가하여 결산서에 계상해야 한다.

외화부채를 현행 환율을 반영하여 증액시킴으로써 부채비율이 높아지는
한편 부채를 증액시킨 만큼의 외화환산손실이 발생된다.

이와같은 외화환산 손실을 모두 당해연도의 손익에 반영시키게 되면
거대한 결손을 유발하게 되며 이는 외채 기업들이 외화환산손실로 인한
결손금으로 자기자본이 완전히 잠식될 궁지에 몰리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주요 상장기업의 외화부채 총액을 보면 한국전력이 77억달러,
대한항공이 55억달러, 한진해운이 23억달러, 쌍용정유가 22억달러,
현대상선이 18억달러나 된다.

한국전력의 경우 환율이 8백원 상승하게 되면 외화부채가 6조원 이상
증가되는 것이다.

회계원칙은 본래 정상적인 경제상황을 가정하고 운영된다.

지난해 말의 외환위기와 환율폭등은 일생동안 한번 이상은 겪을 수 없는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외화환산손실을 거액의 임시손실로
보아 이연자산인 환율조정차중 계상할 수 있도록 기업회계기준을 개정했던
것이다.

외화환산회계는 미국과 같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통화를 사용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대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한햇동안의
경영성과를 모두 뒤틀어 놓을 수 있는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와같은 환율조정차를 조속히 해소시킬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현행 회계규정상 환율조정차는 이를 상각하여 손익계산서에 반영하든지
자산재평가법에 의한 재평가차액과 상계하여 해소시킬 수 있다.

경제여건이 개선되어 기업이 수익을 많이 얻어 환율조정차를 조속히
상각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이는 단기간에 달성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따라서 차선의 방안으로 자산재평가제도를 활용한 환율조정차의 해소방안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현행 자산재평가법에 의하면 감가상각대상 자산만이 재평가대상이 되며
재평가시 발생되는 재평가차액의 3%에 해당하는 재평가세를 납부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1984년 이전에는 토지와 주식 등의 비감가성 자산도 재평가대상에
포함되었으나 세수확보 차원에서 이를 제외시키고, 경과규정에 의하여
83년말 이전에 취득한 토지에 대해서는 84년이후 1회에 한하여 재평가를
실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요즈음과 같은 환율폭등 및 물가상승시에는 보유자산을 현재의 싯가로
재평가함으로써 현재의 환율로 평가되어 있는 외화부채와 대비시켜야 하는
것이다.

또한 자산재평가로 인하여 발생되는 재평가차액을 환율조정차와 상계
제거함으로써 재무제표의 건실화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토지를 자산재평가대상에서 제외시킨 이유는 이의 처분시 법인세와
특별부가세가 감소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세금을 제대로 부과하더라도 토지를 회계보고 목적으로 싯가로
재평가할 수 있도록 관련법규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

토지를 재평가할 경우라도 이의 처분시에는 재평가 실시이전의 취득원가에
의하여 처분손익을 계상하여 적절히 과세할 수 있는 것이다.

토지의 재평가차액에 대해 세제혜택을 부여하지 않는 경우 재평가차액에
부과되는 재평가세도 비과세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감가상각대상 자산에 대한 재평가세도 3년정도 분납할 수 있도록
하여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

한시적으로라도 자산재평가 절차가 대폭 단축될수 있는 특별조치가
요구된다.

특히 토지의 재평가를 위해서는 규정된 별도의 감정평가절차를 생략하고
해당 토지의 개별공시지가를 싯가로 보아 재평가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사업연도 개시일에 한하여 재평가하도록 하는 제한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외환위기가 불러온 환율폭등으로 우리경제의 모든 지표가 혼란에 빠져있다.

이와같은 혼란을 하루 빨리 수습하여야 한다.

특히 우리 기업들의 재무제표가 실상보다도 불리하게 표시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환율폭등에 의한 재무제표의 왜곡표시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자산재평가제도
의 보다 신축적인 운용이 요구되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