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의지로 추진되고있는 빅딜(big deal :대규모 사업교환)에 대한
외국 금융기관이나 투자기업 등의 시각이 매우 부정적이다.

이에따라 빅딜이 사업교환 과정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있는 외국투자선들의
불안심리를 자극, 투자유치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비자발적인 빅딜은 경제문제를 비경제적 방법으로 풀어가는 결과를
초래, 외국 금융기관 및 기업, 투자자 등의 대한비즈니스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1일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은행 관계자는 "외국인들은 한국의 실물경제가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고 판단되면 투자를 포기할 가능성이
많다"고 경고했다.

국내기업에 지분참여를 하고 있는 다국적기업의 한국지사장도 "우리가
출자하고 있는 회사가 우리 의사와는 상관없이 다른 기업과 인수합병을
한다면 이는 단순히 지나칠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모그룹 관계자는 "최근 언론에서 한 계열사가 매각대상으로 거명
되자 캐나다의 거래은행이 기존 대출을 즉시 회수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해와
해명에 애를 먹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 그룹의 신용을 보고 빌려준 돈이 다른 그룹에 대한
대출로 전환된다는 것에 대해 매우 불안해하는 인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세계은행(IBRD)이나 국제통화기금(IMF) 관계자들도 빅딜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방한했던 IBRD실사단은 전경련 사무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빅딜은
시장의 힘(market force)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며 정부나
정치권의 인위적인 개입에 의한 빅딜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IBRD의 한국단장 역할을 맡고있는 라이프지거 박사도 "빅딜은 정상적인
비즈니스 규칙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며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발상은 자칫 오해를 초래할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탠리 피셔 IMF 수석부총재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빅딜은 IMF의 권고
사항도 개혁프로그램도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런가하면 일부에서는 국내기업간의 빅딜이 담합 내지 독과점체제 공고화
로 해석돼 통상마찰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미국 등 선진국들이 자국 독점금지법을 역외에
적용하려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어떤 경우에도 정부가 개입하는 빅딜은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재계관계자들은 빅딜이 IMF 조기극복의 관건인 외국인 투자확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새정부측의 대기업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박태준 자민련총재가 지난달 30일 "빅딜은 구조조정의 본질이
아니다"라고 언급하는 등 빅딜논의는 새 국면을 맞고 있는 상태다.

전경련은 이에 따라 오는5일 30대그룹 기조실장회의를 갖고 빅딜의 부작용
에 대한 재계의 입장을 정리, 정부와 김대중 당선자측에 건의할 예정이다.

전경련은 그러나 빅딜에 상응하는 강력한 구조조정의지를 2월12일 열릴
정기이사회 겸 회장단회의와 19일 개최될 정기총회를 통해 재천명키로 했다.

<권영설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