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익상 < 한국리서치 대표 >

시시각각의 뉴스가 마치 우리 경제를 중계방송하는 것처럼 들린다.

1년에 한건만 있어도 충격적일 소식이 요즘은 거의 매일 들려온다.

이런 상황에서 히트상품을 발표하는 것이 시의적절치 않을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기업활동은 지속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다.

소비는 없어지는 게 아니고 줄어들 뿐이다.

문제는 효율성이다.

효율성은 선택에서 나온다.

불황일수록 마케팅의 중요성이 커진다.

마케팅은 바로 선택이기 때문이다.

불황기에 첫번째로 중요한 선택은 제품.가격의 믹스이다.

매출에 기여하고 현금흐름을 지속시켜줄 제품이 있어야 하며 매출은
적지만 이윤을 창출해 줄 제품도 갖고 있어야 한다.

불황기에도 고소비층은 있다.

다만 그 숫자가 줄어들 뿐이다.

여기에는 제품성격에 따라 차이가 있다.

불황기중 자동차 가전품등 내구재의 경우 소비자의 수로는 전체의 약 3%,
소비량으로는 약 12%의 소비층이 고소비층이다.

소비량이 호황기의 20%에서 8%포인트 줄어드는게 일반적이다.

비내구재에서는 소비자의 수로 약 3%, 소비량으로 약 9%가 고소비층이다.

소비량이 호황기의 15%에서 6%포인트 줄어든다.

이러한 고소비층을 타깃으로 한 제품시장은 존속된다.

다만 그 양이 절반정도로 감소한다.

고소비층 타깃을 제외한 나머지 시장은 둘로 쪼개져서 적절한 품질의
중가제품과 최소한의 품질을 갖춘 저가제품으로 구성될 것이다.

불황기마케팅의 두번째 선택은 광고이다.

불황기에 고가제품의 광고는 비효율적이다.

전파효과가 약하고 충동구매가 어렵기때문이다.

중저가제품역시 광고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가격이 상품선택의 기준이 되는 제품에서는 광고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절한 품질.중가의 제품에 광고가 집중돼야 할 것이다.

얼마의 광고비가 적절한가는 그 광고로 무엇을 목표로 하는가에 따라
다르다.

충분한 상표인지율만을 목표로 한다면 GRP(광고의 총도달률) 2,000내외,
상표이미지구축을 목표로 한다면 GRP 3,000내외가 적당할 것이다.

이를 TV광고액으로 환산하면 각각 20억원 및 30억원이다.

여기에 광고하는 경쟁상표가 2개 이상이면 30%에서 40%의 광고비증액이
필요하다.

광고인은 광고목적에 따른 적절한 광고비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광고주는 그것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세번째 선택은 유통의 효율성과 집중성이다.

이는 유통의 보이지 않는 낭비를 없애는 것이다.

가공식품 음료 공산품등 제품군의 특성에 따라 유통채널의 집중도가
달라야 한다.

대체적으로 음료는 손수레가 있는 슈퍼마켓을 통한 판매비중이 전체의
약 15%, 가공식품은 약 30%, 공산품은 약 50%이다.

이런 슈퍼마켓에 대한 이들 품목의 입점률은 70%이상 돼야 한다.

이때 광고하는 제품, 비교적 가격과 마진이 높은 제품, 디자인이 좋은
제품을 슈퍼마켓에 우선적으로 입점시킨다.

유통효율성증대 전략중 또 하나는 지역집중도이다.

예를 들어 아기기저귀를 비롯해 미취학아동이 소비하는 제품은 중하층
아파트지역과 전세가구밀집지역에 집중돼야 한다.

이처럼 지역의 소비자특성을 객관적으로 파악, 그에 어울리는 지역영업
전략을 펼치면 유통과 판촉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

불황기마케팅의 최종적인 요소는 믿음이다.

이 믿음은 회사-상표-소비자로 이어지는 믿음이다.

믿음은 제품 가격 광고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그 믿음은 회사의 사원이 만들어낸다.

경영층과 사원의 믿음, 사원 서로간의 믿음이 없으면 소비자의 신뢰가
생겨날 수 없다.

경영층이 모든 사원에게 솔직하게 어려움을 알리고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 할 수 있는 것중 최선을 선택하면 사원은 믿음이라는 가장 큰
무기를 경영층에 선물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