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통돌이 세탁기"는 지난해에도 한경소비자대상에서 참신한 기획이
높이 평가돼 마케팅상을 받았던 제품이다.

이 제품이 올해 10대상품 반열에 뛰어오른 것은 제품이 소비자들의 호평을
얻으면서 판매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이 제품의 판매는 급신장세를 보여 시장점유율 43%로 세탁기시장
선두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 제품의 개발은 세탁력과 헹굼력을 높이고 엉킴현상을 제거한다는 극히
기본적인 컨셉트에서 출발했다.

제품개발에 앞서 실시한 소비자 불만사항 조사에서 이런 기본기능을 제대로
갖춘 세탁기의 부재를 호소한 소비자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이다.

LG전자 기술진은 이같은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보다
획기적인 세탁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과거와 같은 세탁방식을 전제로한 제품으로는 도무지 해결점을 찾을 수
없다고 판단한 기술진에게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왜 세탁기는 세탁조가 고정돼야 하는 것일까"하는 의문이다.

회전날개나 세탁봉만 회전하는 기존 세탁기의 시스템과는 달리 세탁통도
함께 움직이도록 해보자는 구상이었다.

이 제품의 기획은 이렇게 고정관념을 깨는데서부터 출발됐다.

세탁통을 고정시키기 위해 여러장치를 부착해야 하는 기존 제품과는 달리
통돌이 세탁기는 자연스럽게 세탁통도 돌 수 있도록 새로운 세탁기 클러티
기술을 적용해 세탁통이 회전날개및 세탁봉과 반대방향으로 움직이게 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세탁통이 반대방향으로 돌고 있는 세탁날개와 마찰해
세척력을 높이면서 엉킴현상은 그만큼 감소시킬 수 있게 됐다.

더욱이 세탁통을 고정시키기 위한 장치에 들어가는 불필요한 전력낭비도
막을 수 있게돼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게 됐다.

이 세탁기는 상.중.하 4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4중 폭포물살"과 세탁조
하단 3곳의 분출구에서 쳐 올리는 "3중 통돌이 물펀치"로 세탁물을 두드리고
밀어줘 세탁물의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실밥 보푸라기 등을 말끔히 제거하는
기능을 갖췄다.

LG의 실험결과 헹굼성능이 기존 제품에 비해 무려 24%나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음도 크게 줄였다.

세탁이나 탈수할 때 회전하는 세탁조의 균형을 잡아주는 "밸런스 일체형
펌핑구조"를 적용해 소음을 줄였으며 세탁기 뚜껑을 2중 세탁 뚜껑으로
만들어 외부로 나오는 소음을 차단했다.

세탁중 "엉킴방지수류"를 발생시킴으로써 세탁물이 엉켜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게 했다.

또 세탁물을 9백20번에서 1천3백40번까지 비벼주고 풀어주는 "통돌이 물살"
과 "엉킴방지 물살"을 채택했다.

통돌이 세탁기의 성공에는 고객밀착형 이벤트 위주의 마케팅전략도 주효
했다.

다른 제품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이벤트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보여줌으로써 판매를 늘려 나가는 방식이다.

특히 지방에서는 트럭을 개조한 이벤트 차량을 활용해 주요도시를 돌면서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세탁기 제품 설명회와 노래자랑 댄스경연대회를 함께
여는 "게릴라 전략"이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김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