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 절약 ]]]

새벽 2시 서울 종로.

길가는 사람도 없고 차들도 거의 다니지 않는다.

하지만 휘황찬란하기는 저녁 9시나 다름없다.

밤새 꺼지지 않는 네온사인 덕이다.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에서만 불빛이 나오는 게 아니다.

영업을 하지 않는 옷가게 음식점 등도 마찬가지다.

셔터는 내려졌지만 광고판은 밝게 빛나고 있다.

이처럼 한국에서 에너지는 돈이 아니다.

기름은 물쓰듯이 쓸 수 있는 것쯤으로 여겨진다.

사람들은 소형차보다 중형차를 선호한다.

여기에는 기름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네온사인이 밤새 전기를 먹어도 무관심하다.

단 한층을 올라가는데도 엘리베이터가 아니면 못가는 줄 안다.

기름 한방울 나지 않으면서도 에너지 소비행태는 어느 산유국 못지 않다.

한국의 에너지 소비는 지난 85년 이후 연평균 10.3%씩 늘었다.

한국경제가 잘나가던 이 기간중 GDP의 연평균 증가율 8.9%를 훨씬
웃돌았다.

문제는 에너지의 대부분을 외국에서 사온다는 것.

작년만해도 2백41억달러어치를 들여왔다.

전체 사용량의 97%나 된다.

이러다 보니 석유수입규모가 세계 4번째로 높다는 "타이틀"도 갖게 됐다.

에너지 소비로는 세계에서 11번째다.

국민 한사람당 에너지 소비량은 3.35TOE(에너지환산t).

한국보다 국민소득이 월등히 높은 일본의 수준(3.90TOE)에 육박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라면 우리경제가 에너지소비에 짓눌려 질식할 것이 분명하다.

올초에 정부가 예상한 환율은 달러당 8백50원.

그러나 내년도 환율은 사실 예측불능이다.

올해의 두배가 될 지 세배가 될지도 모른다.

에너지 수입에 돈이 얼마나 더 들어갈 지 예상할 수도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답은 명확해진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길 밖에 없다.

각 가정에서 에너지를 10% 덜쓰면 연간 평균 8천85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

출근때 나홀로 차를 없애고 2명이 함께 타기만 하더라도 한해에 1대당
평균 43만원의 연료비를 절약하게 된다.

하다못해 각 가정에서 60W 백열등 하나를 전구식 형광등으로 바꾸면 연간
5천4백53원의 전기료가 줄어든다.

각 가정과 직장에서 에너지를 10%씩만 덜 쓰면 연간 무역수지가 20억달러나
개선된다.

이기성 에너지관리공단이사장은 "에너지는 생필품이기 때문에 국민 한명
한명이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며 "한집 한등끄기나
변기에 벽돌넣기 등 작은 것에서부터 실천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특별취재단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