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년대 악몽과도 같던 대공황(Great Depression)이 과연 현실화될
것인가.

동아시아 통화위기에서 촉발된 세계경제의 이상흐름이 세계적인 대공황으로
귀착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 원화가치의 추가적인 폭락이 이 우려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대공황 현실화의 주요 변수는 세계생산의 18.4%를 차지하는 일본의 금융
파국 여부.

대공황 가능성 주장은 일부의 과민반응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으나
지구촌 차원의 세심한 정책 배려가 필요하다는덴 의견이 일치되고 있다.

대공황 가능성 주장의 근거는 <>생산 과잉 <>통화절하 경쟁 <>보호무역
주의의 대두 등이 거론된다.

30년대 대공황을 유발했던 주요 요인을 요즘 세계경제 흐름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과잉설비와 디플레 문제.

중국은 생산설비의 30%가 과잉설비(미 인터내셔널 뱅크 크레팃 파이낸스지)
이며 한국은 자동차 전자 석유화학 부문의 과잉투자가 문제되고 있다.

태국도 수요를 초과하는 자동차와 유화 설비, 자산(부동산)가격하락으로
고생하고 있으며 홍콩과 싱가포르도 부동산가격이 급락했다.

미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 따르면 자국조차 설비 과잉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잉 생산과 자산가격 급락은 유동성(수요)급감 및 상품가격 급락-주식
폭락-금융권 부실채권 급증-실업 양산-생산설비 파괴 등 파국으로 이어지게
된다.

실제로 아시아국가의 섬유 반도체 의류 자동차 등의 평균수출가격은 올해
4%정도 하락했으며 한국산 전자제품은 최고 40%까지 떨어졌다.(미 USA투데이
지)

경쟁적인 통화절하 경쟁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태국에서 시작된 동아시아 통화절하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한국
인도 등으로 확산된데 이어 일본 멕시코 등도 감염 기미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는 7월초에 비해 30~40%정도 폭락한 상태.

통화위기가 금융위기로 이어지면서 러시아와 남미의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도 혼란의 와중에 휩싸이고 있으며 프랑스 영국 폴란드 등 유럽국가도
아시아국가의 투자중단으로 경기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더구나 수요급감속에서도 경기부양책 대신 금본위제 유지를 위한 물가
안정책을 썼던 30년대와 유사한 정책 미스도 보여진다.

통화통합 목표를 위한 재정적자 삭감일변도의 EU, 일본의 소비세인상 등의
정책이 바로 대표적 사례다.

또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최근 일부품목에 대해 수입관세를 올리고 미
행정부가 밀어붙이던 신속협상권(패스트트랙)이 의회반대로 무산된 것은
30년대처럼 보호무역주의가 대두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밖에 IMF가 구제금융을 해주면서 초긴축을 요구, 디플레 위기를 가중
시키고 있다(무디스사)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대공황 전망이 과대포장됐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코노미스트인 제럴드 베이커는 올 세계투자 증가율이 미국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12%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나 상당부분이 장치산업보다는
하이테크쪽이므로 과잉설비 우려는 기우라고 주장했다.

또 통화절하는 가격하락에 따른 수요증가를 초래, 수출증가와 성장률이
높아지는데 기여하며 미국경제의 호조가 아시아국가의 위기전염을 방지하는
쿠션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대공황이 일어날 것인가 여부는 일본의 손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기와 한국 원화 폭락으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일본이 수출
경쟁력을 위해 엔화 급락을 용인하고 3천1백억달러에 이르는 보유미국채를
본격적으로 내다 팔면 상황은 돌이킬 수 없는 국면에 진입할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 불량채권이 GDP의 35%에 달하는 중국의 위앤화가 폭락하게 된다면
파국은 불가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강현철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