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학자들은 모두 사표를 내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 좌승희 원장은 24일 "새 정부의 개혁과제" 설명회에서 IMF
구제금융 요청에 대한 평가를 질문받고 이렇게 말했다.

구제금융이 나쁠 것은 없지만 우리 경제를 이 지경까지 몰고 온 책임을
경제학자들도 피할 수 없다는 요지였다.

실행력을 갖고 있지 못한 경제학자들이 사표를 내야 한다면 경제정책을
좌지우지 해온 정부의 책임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재계 일각에서 정부야 말로 "국가법정관리"사태를 몰고 온 장본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과감한 규제완화를 통해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타파하자는 민간경제계의
요청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정부를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올들어서도 금융대란이 우려된다며 여러차례 금융안정책
을 요청했지만 정부가 망설이다가 결국 실기하고 말았다"며 이제는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재계의 이런 불만대로 우리는 IMF구제금융을 받게 됐고 외국인이 "시키는
대로" 타율적인 구조조정을 해야 할 형편이다.

그야말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된 셈이다.

한경연이 만든 새정부의 개혁과제는 그래서 우리 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고
체질을 바꿔가기 위한 민간경제계의 진단과 처방에 집중돼있다.

다시는 시행착오의 우를 범해 새로운 정책이 또 다시 실물경제에 부담을
주는 일이 없도록 하기위해 자세한 액션플랜도 담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