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보수부터 따진다.

솔직한 아가씨다.

"저는 하루 여덟시간 슈퍼에서 일하고 한달에 70만원 받아요"

"됐어요.

그건 회장님이 정하는 것이지만 아마 일주일에 한번 일하고 월급으로
백만원이상 주실 겁니다.

아니, 그보다 더 받을 수도 있어요.

단 지킬 것이 있는데 회장님과 만나는 것을 절대 비밀로 해야 해요"

감실거리는 검은 눈동자와 깨끗한 피부하며 아버지께서 무척 예뻐할 것
같은 외모를 가졌다.

그러나 정서나 지성은 상상외로 유치하다.

옥에 티다.

미스 황은 영신을 향해 야하게 웃으면서, "별로 아는 것이 없는 제가
그렇게 굉장한 분을 따라다닐 수 있을까요?"

정말 걱정이다.

아르바이트 치고 근사한게 걸린것 같긴 한데.

"원래 저는 노인들에게 겸손떠는데 소질이 없거든요"

그녀는 껌을 딱딱 씹으면서 영신에게 요사한 윙크를 날린다.

"미스 황, 요상한 술집 같은데 아르바이트 나가봤다고 했지? 그것보다야
고상한 아르바이트이고 그 행운은 내가 가져다 주었으니까 슈퍼일이나
열심히 해줘"

혹시 그녀가 슈퍼에서 직원을 빼돌렸다는 말을 들을까봐 은근히 켕긴다.

하여튼 미스 황이라는 아이는 발랄하다.

"참, 아가씨는 애인이 없어요?"

가장 궁금한 것을 영신은 지금에서야 묻는다.

"있었는데 군인갔어요. 그래서 내가 고무신 거꾸로 신었어요"

"왜요?"

"나는 일찍 결혼하고 싶거든요.

사실 아줌마도 알다시피 제대해서 무슨 자격증 따고, 그리고 아파트
장만하고 그러다 보면 언제 시집가서 살아요.

또 하나는 나는 남자를 밝히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좋은 남자를 만나면 곧 결혼하려고 아예 끊었어요.

안 될 것은 애시당초 끊는게 장땡이거든요.

나는 지금 아는 언니네 집에 월세로 있는데 어느 세월에 전세방이라도
얻을지 꿈만 같아요.

그래서 요즘 아르바이트로 밤시간 뛸걸 찾고 있었어요.

사실 슈퍼일은 너무 봉급이 적거든요.

밤일을 해야 100만원쯤 적금 붓고 용돈도 쓰고 그러지요.

저도 화장도 해야 되고 옷도 사입어야 되니까요"

"그러니까 너 살판 났다.

복이 덩굴째 굴러든 거야.이 아줌마의 아버지가 누군지 알면 너 기절할
거다"

"너무 겁주지 마세요.

나는 시골서 올때 한달에 50만원씩 부쳐준다구 엄니하고 약속하고
왔어요.

그런데 와보니 몸이라도 팔기 전에는 어림도 없어요.

서울이라는 데는 젊은 여자들 타락하기 십상인 곳이에요.

나도 유혹 많이 받았어요.

그러나 절대로 안 넘어갔어요"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