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불황과 환율급등에 따른 외환위기 등 총체적인 경제난국속에서도
과소비풍조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평일에도 골프장과 호텔음식점 등은 만원이며 해외여행수요도 계속 늘고
있다.

특히 금 등 보석류는 가격상승을 노리는 일부 도매상들이 제품공급을
중단해 품귀현상마저 일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백화점의 해외수입품코너 등에는 값이 더
이상 오르기전에 사두려는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다.

특히 화장품 모피 등 일부 고가수입품은 달러값급등에 따른 가격인상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팔려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L백화점 관계자는 "환율상승으로 전반적인 수입품 매출이 줄었지만 일부
고가품목에 소비자가 더 몰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면세점에도 내국인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호텔롯데 면세점의 김봉기 과장은 "이달들어 지난 13일까지 내국인에만
18억원가량을 팔았다"고 말했다.

해외고가수입품만이 아니라 일부 보석류에 대한 사재기경쟁도 치열하다.

원화가치 변동이 커지자 가치안정성이 큰 귀금속에 소비자들이 몰린탓이다.

대구에서 "수입명품전"으로 보석류를 판매한 홈쇼핑채널 39쇼핑의 경우
다음달 15일 제품을 주기로 하고 판매한 물품 대부분이 한순간에 팔려나갔다.

특히 이전 환율을 적용키로 한 특정제품의 경우 한시간만에 1천개를
팔기도 했다.

금 등 일부 보석류는 가격폭등으로 아예 매매가 중단되기까지 할 정도다.

전국귀금속중앙회에 따르면 금값이 지난 20일 한돈 4만1천원에서 4만6천원
으로 껑충 뛴데다 21일에도 4만8천원까지 상승했다.

이에따라 귀금속을 거래하는 도매상들이 추가인상에 대비, 제품공급을
중단하는 바람에 일부 지역에서는 금거래가 끊기는 일도 벌어졌다.

시내중심가 호텔의 경우 망년회모임 등으로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잡기
힘든 실정이다.

또 겨울방학 및 기업들의 동계휴가철에 해외여행을 하기위한 항공편예약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경실련 하승창 정책실장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근로자에게만 책임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국민전체가 건전한 소비문화를 일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경원.김준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