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제품을 사도 될까.

값이 싼대신 불량품은 아닐까"

"현대판 장돌뱅이"라 할 수 있는 지하철떠돌이상이 늘어나면서 대부분의
승객들은 이들이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과 품질에 한번쯤 의문을 갖게된다.

턱없이 싼 가격때문에 살것을 망설이는 사람도 많다.

지하철 떠돌이상들이 판매하는 제품은 벨트 앨범등 일부품목을 제외하고는
90%이상이 중국에서 건너온 것들이다.

이들이 취급하는 품목도 덩달아 늘어 1백여가지 넘는것으로 집계된다.

예전의 빗 벨트 바늘세트 세제등 간단한 생필품에서 전자수첩 카세트등
전자제품으로 확대되는 추세이다.

지하철 떠돌이상인 김모씨(29)는 "국산품이 있다고 해도 마진이 적어
취급하지 않고 있다"고 귀뜸했다.

지하철이 중국산 저가품의 최대유통창구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제품은 국내에 반입된후 덤핑을 거친데다 별다른 부대비용이 들지
않아 시중판매가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1천원~1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이들 지하철 떠돌이상들은 재래시장의 잡화시장이나 서울시내 10여개
간이사무실등에서 현금으로 물건을 떼다가 판다.

이들은 판매마진에 따라 제품을 "오가끼"(마진율 50%)나 "사가끼"(마진율
40%)로 분류한다.

전사수첩이나 카세트등 일부품목을 제외하고는 오가끼가 대부분이다.

15년째 지하철에서 장사를 해온 최모씨(49)씨는 "최근들어 장사치들이
늘어 하루수입이라봤자 3~4만원이 고작"이라며 "그나마 지하철 단속반에라도
걸리는 날에는 며칠 장사를 공치게 된다"고 밝혔다.

이들이 부정기적으로 단행되는 지하철 단속에 걸려들게 되면 10만원정도의
벌금이나 구류를 살게 된다.

최씨처럼 이 분야에 꽤 알려져 혼자서 장사를 하는 이는 드물다.

대부분 10~20명 단위의 조직을 구성, 지하철 구역에 따라 영역을 정해놓고
다른 상인들의 진입을 봉쇄하는 것이 이쪽 생리이다.

이들은 시내 지하철 노선을 따라 한 거점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장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손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