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표면의 4분의 3은 물이다.

소우주인 사람의 몸도 약 3분의 2가 물로 되어있다.

물은 순환을 통해 자연을 지탱해주며, 몸속의 물은 모든 생리작용을
유지시켜주는 중요한 요소다.

우리가 알고 있는 풍수의 핵심은 생기의 취득에 있고, 생기를 만드는
기본적인 조건은 바람과 물의 조화에 있다.

풍수에서 남녀가 음양으로 나눠지듯 산과 물도 양과 음으로 나눠지기에
풍수의 기보적인 요소로 물을 중요시 했던 것이다.

풍수서적인 "금낭경"에서 "음양 이기가 응결하여 산이 되고 물이 된다.

그러므로 산과 물이 서로 어울리면 음양이 화합하고 이 화합은 기를
충화시킨다.

그러므로 산수가 서로 만나는 곳에 생기가 생긴다.

따라서 이곳을 길지라 한다"라고 적고 있다.

반대로 "산이 크고 물이 작은 것을 독양이라 하며, 산이 작고 물이 큰
것을 독음이라 한다.

기복이 없는 산을 고음이라 하고, 조용하지 않은 물을 고양이라 한다"고
했다.

이런 곳에서는 음양이 화합하지 않으므로 흉지로 봤다.

이렇게 물에 대한 풍수해석은 몇 천년동안 경험적으로 정립된 것이다.

세계의 유수한 문명 발상지도 큰 하천을 끼고 있고, 이 땅의 구석기
유적도 대부분 물가에 자리잡고 있다.

예전에는 물 자체가 신앙의 대상이기도 하였다.

풍수에서는 물을 재화로 보기도 한다.

물이 있는 곳에 사람이 많이 살며 재화가 모이기 때문이다.

물이 깊은 곳에는 사람이 많고 부유하며 물이 얕은 곳에는 사람이 적고
가난하다.

길흉이란 면에서 보면 물이 넓게 유장해서 뒤를 돌아보고 머무르고자 하는
듯 흐르는 것이 길하며 좋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어느 곳에서도 물이 나온다.

중동의 어느 나라는 기름보다 더 비싼 것이 물일 정도로 물이 귀한데
비하면 우리나라는 축복받은 나라다.

하지만 이렇게 소중한 물도 이젠 마음놓고 마실 수 없게 되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요즘엔 부동산 가에서도 물이 재평가를 받고 있다.

아파트를 분양할 때 강이나 호수가 있느냐에 따라 분양률에 차이가 나기도
한다.

또 기존 아파트 가격도 물과의 근접성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난다.

얼마전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전원주택도 우선 주변에 물이 있는가 없는
가를 살핀다.

이러한 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다.

결국 옛사람들의 물에 대한 풍수적 고집은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문제로
귀결된다.

그럼 점에서 보면 무분별한 개발논리는 오히려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을
열악하게 만들수도 있다.

개발할 때도 자연의 순리를 따라야 하는 것이다.

정광영 <한국부동산컨설팅 대표>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