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대우의 자동차수출본부에는 최근 아시아와 중동의 일부 딜러들로부터
차가격을 내려달라는 전화가 자주 걸려온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값이 급속도로 떨어짐에 따라 달러화기준 수출가격을
깎아달라는 요청이었다.

달러화기준 수출가격을 내리더라도 원화를 기준으로 한 채산성이 나빠지지
않기 때문에 딜러들이 이같은 요청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지역에서 일본자동차회사들이 달러화에 대한 엔화가격하락에
힘입어 차값을 내리고있어 한국차에 대한 가격인하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대우자동차수출본부의 최석모차장은 "원하가치 하락세가 이어지면
수입업체의 가격인하요구가 본격화될것 같다"며 걱정했다.

원화값이 떨어진다고 해서 자동차업체들이 즉각 가격을 조정할수는없다.

현대자동차는 1년에 두번,대우자동차는 1년에 한번정도 수출가격조정여부를
결정한다.

현대자동차가 연말까지 수출할 물량의 가격은 이미 정해져있다.

현대자동차의 이형근이사는 "자동차수출은 장기계약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환율시장변화에 따라 가격을 수시로 조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자동차업체가 당장 수출가격를 내리지 않더라도 원화가치하락으로
달러화표시 수출가격을 내릴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은 분명하다.

이들이 내년부터라도 수출가격을 내린다면 수출물량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면에서보면 원화가치하락은 일단 자동차업체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원화가치가 장기적으로 어느 선에서 안정될지 불투명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내년가격인하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내년도 사업계획을 짜는내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정유업체등과 달리 원화가치하락에 따른 환차손면에서 걱정이
없다.

부품수입보다는 수출물량이 많아 오히려 환차익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

한국신용평가의 상장기업분석에 따르면 작년 6월말 현재 자동차업체의
외화부채는 <>현대자동차 1조7백76억원 <>기아자동차 7천8백87억원
<>쌍용자동차 2천6백76억원 <>아시아자동차 6백56억원등이다.

이중 상환시점이 1년안에 닥치는 단기부채에 대해 원화가치하락에 따른
평가손을 감수할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로인한 손해보다는 수출하고 받은 달러값이 오르면서 얻게되는
환차익이 더 클것이 틀림없다.

지난한해 업체별수출을 보면 현대자동차 43억달러, 대우자동차 22억달러,
기아자동차 20억달러등이다.

올해는 기아자동차를 제외하면 수출금액이 작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환율수준이 업체가 내부적으로 계상했던 수준보다 높아졌다.

이로인해 환차익이 발생, 수지가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환차익으로 인한 수지보전이 전체 수지를 개선시키는데 어느정도
기여할지는 불투명하다.

문제는 자동차업계의 내수부진이 장기화되는데다 업체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무이자할부판매등을 시행, 내수쪽에서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LG증권기업분석팀의 지성철조사역은 "원화가치하락이 수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지만 내수부진이 심화되고 있어 전체적인 수지가
크게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원화가치하락으로 자동차업체들은 일단 좋은 여건을 맞고있다.

그러나 일본업체들이 엔화가치하락으로 가격인하공세를 펴고 있는데다
내수부진이 심각, 본격적인 수지개선을 맛보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 고광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