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홍 기아그룹회장이 29일 전격 퇴진함에 따라 "김회장 없는 기아호"의
향방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회장의 사퇴는 지난 7월15일 부도유예 조치이후 정부및 채권단과의
팽팽한 대치상황에서 기아가 사실상 "백기투항"했음을 뜻한다.

따라서 기아처리는 정부와 채권단의 당초 구상에 따라 진행될 것이란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물론 기아그룹이 공식적으로 법정관리수용을 밝힌 것은 아니다.

하지만 김회장의 사퇴로 산업은행출자전환의 걸림돌로 지목돼온 지분문제,
주주총회소집과 같은 난제들이 어느정도 해결돼 공기업화의 스케쥴이
예정대로 진행될 공산이 커졌다.

김회장도 이날 "기아 정상화를 염원하는 글"이라는 사퇴 표명서에서
기아를 공기업화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감사를 표한다"는 표현까지 썼다.

김회장의 이같은 표현은 공기업화를 천명한 정부의 입장이 뒤바뀌지 않아야
한다는 기아직원들의 정서를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공기업 기아"는 어떤 모습을 띨 것이며 얼마나 잘 굴러갈 수
있을까.

첫번째 관심은 경영권을 누구 쥐느냐다.

기아는 박제혁 기아자동차사장같은 내부인사를 재산보전관리인으로 선임
함으로써 현경영진을 축으로한 정상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도 김회장이 사퇴한 마당에 <>기아를 더이상 자극할 필요가 없고
<>자동차산업의 특수성도 있는 만큼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경영권 못지않게 기아자동차의 정상화를 위한 계열사처리가 관건이다.

기아자동차 부실의 주범으로 꼽히는 기산, 아시아자동차, 기아특수강에
대한 3조원 가량의 지급보증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들 회사는 채권단주도로 매각절차가 빨라질 전망이다.

기아자동차 고위관계자는 이와관련, "만일 매각을 통해 이들 회사와의
고리만 끊어 버린다면 기아자동차는 당장 내년이라도 흑자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또 하나는 가라 앉을대로 가라앉은 회사 분위기를 추스려 생산및 판매의
극대화를 이룩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아가 공기업으로 재출발한다고 해서 제3자인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수는 없다.

강경식 부총리가 지난 27일 청와대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기아자동차를
사외이사제를 통한 전문경영인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밝혔으나 기아직원들이
이를 1백% 믿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아내부에는 법정관리를 통한 기아자동차의 제3자인수시나리오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팽배하다.

공기업형태를 통한 기아의 정상화가 여의치 않을 경우 언제든지 제3자매각이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에따라 기아자동차 임직원들이 최대생산과 최대판매, 탄탄한 내부결속을
통해 스스로 회사정상화의 주역이 되지 못할 경우 공기업으로나마 유지
하려는 기아깃발을 지켜 내지 못할수도 있다.

또 김회장 개인의 능력으로 일궈온 해외사업이 어느정도 타격을 받을지도
기아정상화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 윤성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