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붕괴위험에 놓이고 환율 폭등세가 지속되면서 재계는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경제단체 등을 중심으로 정부에 종합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는 있지만
기업과 국민의 불안심리 증폭을 막을 만한 대책을 정부가 내놓을 수 있을지를
믿지 못해 더욱 불안한 표정이다.

그동안 재계는 환율 금리 국제수지 등 경제지표가 악화일로에 있을 때도
주식시장이 건재한 것으로 위안을 삼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재정경제원의 한 고위 관리도 지난달엔 "우리는 동남아에 비해 실물기반이
비교적 튼튼하기 때문에 통화위기는 절대 없을 것"이라며 그 증거로
주식시장이 안정적인 것을 들기도 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기업인들도 이 의견엔 별 이의를 달지 않았었다.

그러던 것이 마지노선이라고 여겼던 종합주가지수 5백선이 깨지면서
상황은 급반전되고 있는 것이다.

"믿었던" 주식시장 마저 붕괴되면서 우리 경제의 회복은 영영 멀어지고,
이러다간 "장기불황"의 늪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재계에 급속히
번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세진 금융정책실장은 "주가폭락은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감 상실이 가장 큰 요인"이라며 "정부가 이를 방치할 때는 금융기관에
부실채권이 쌓이고 기업의 자금조달난이 가중되면서 추가부도 사태를 면키
어렵다"고 경고했다.

김실장은 그러나 최근의 예에서 보듯 임기응변식의 단기 부양책은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며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개혁하겠다는
정부의 의지 표명이 어느 때 보다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경련 관계자도 "관변연구기관을 통해 9,10월엔 경기가 저점을
치고 이후 회복할 것이라는 등의 어설픈 전망을 내놓는 정부를 누가
믿겠느냐"고 말했다.

재계가 정부에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을 제거할 것을 요구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 탓이다.

손병두 전경련부회장 등 경제5단체 상근부회장들은 28일 오전 롯데호텔에서
조찬모임을 갖고 "정부는 종합적인 경제대책을 마련해 기업과 국민의
불안심리를 해소하고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관련 전경련은 29일 오후 긴급 30대그룹 기조실장회의를 소집,
기업자금난 해소와 금융 및 주식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수렁없이 깊어진 기업과 국민들들의 "불안한 가슴"을 정부가 어떻게
녹여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 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