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은 지난주 경사가 겹쳤다.

지난 21일 능률협회가 선정하는 고객만족대상을 3년 연속 수상한데 이어
23일에는 부산시 수영구에 백화점과 호텔 착공식을 가졌다.

부산지역 2호점인 이 점포는 현대그룹 계열사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추진한 부산국제무역전시장 건립사업의 하나로 지어지는 것이었다.

현대백화점을 운영하는 업체는 금강개발산업.

백화점과 함께 호텔과 여행업 등을 겸하고 있다.

하나같이 일반 소비자와 얼굴을 마주대는 서비스사업이다.

김영일사장이 고객만족교육에 전력을 쏟는 것은 서비스업종의 특성상
고객만족여부에 생존이 걸려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외국업체가 몰려오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김사장은 상을 받은 사실을 몹시 겸연쩍어한다.

그는 오히려 "이제 겨우 낙제점을 면한 정도"라고 목소리를 낮춘다.

김사장이 꾸준히 지향해온 백화점의 이미지는 ''고객과 대화가 있는 점포''
이다.

상품만을 팔기위한 메마른 태도로는 신뢰성이 생길수 없다는 설명이다.

고객과 쌓은 신뢰는 현대백화점의 올해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 1~9월까지 9개월간 서울의 압구정점과 무역센터점에서 모두
5천8백30억원의 매출을 올려 평균 12.8%의 신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예년 같으면 별것 아니지만 올들어 서울의 중대형 백화점 대부분이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 비추어 눈길을 끄는 사건이 아닐수 없다.

김사장은 현재 영업중인 압구정점 무역센터점 천호점 외에 목동과 미아동
에도 백화점을 내 서울 점포망 구축을 일단 마무리한다는 구상이다.

지방에는 부산 중심부인 서면의 1호점에 이어 2호점 공사에 들어갔다.

앞으로 대구 대전등 전국 15개 대도시에도 차례로 점포를 내겠다는 복안
이다.

김사장은 다른 유통업체들이 앞다투어 달려드는 할인점사업을 서두를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할인점만 번성하게되면 국내 제조업체들이 만든 고부가상품은 설 땅이
없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가안정을 위해 할인점은 무조건 좋은 것이고 백화점은 과소비만 조장하는
곳이란 주장에 대해 김사장은 할말이 많다.

"업태마다 소비자와 경제전체에 기여하는 자기 몫이 있기 때문"이란게 그의
반론이다.

김사장은 너도 나도 유통업에 몰려드는 이상과열현상은 국가적으로도
낭비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기득권을 누리겠다는 뜻이 아니라 유통업이야말로 오랜 경영노하우가
바탕이 된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탓이다.

그가 신입사원들에게 "남들이 안하는 일을 배워 전문가가 되라"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창동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