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정보최고책임자) 전성시대"

21세기 첨단 정보화시대를 이끌어갈 새로운 "조타수"로 CIO가 급부상하고
있다.

CIO(Chief Information Officer)란 말 그대로 기업 등 조직내에서 정보 및
전산시스템실을 맡고 있는 임원을 가르키는 조어.

통상적으로 전산실이나 정보시스템실, 전산시스템부 등으로 불리는 전산
부서를 책임지고 있는 전문 테크노크라트들을 말한다.

이들은 과거 꽤나 홀대받던 처지였다.

컴퓨터가 처음 도입되던 시절에는 "전산실을 담당하라"는 명을 받으면
소위 "물먹은"케이스로 분류됐다.

CFO(최고재무책임자)나 CPO(최고인사책임자) 등이 잘 나가던 시기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CIO들이 기업경영자들의 새로운 좌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무한 경쟁의 시대에는 업무 전산화를 비롯해 인터넷 인트라넷 데이터웨어
하우징(DW)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 등 새로운 정보기술들이 기업 경쟁력
의 키워드가 된 것이다.

삼성그룹은 지난해말 24명의 예비CIO를 배출했다.

정보가 기업의 생존여부를 결정할 미래 정보화 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발빠른 움직임이다.

LG그룹도 마찬가지.

이같은 움직임은 기업뿐 아니라 정부와 공공기관 등에서도 보이고 있다.

최근 정부는 미국이 지난해 8월 정부조직내에 CIO를 두는 것을 의무화한
코헨법을 본따 앞으로 행정기관내에 정보화담당 CIO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
했다.

그동안 다소 안일한 경영으로 지탄을 받아오던 한국전력 등 대형 공공기관
들이 최근 CIO제를 도입하고 정보화 추세에 적극 대처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CIO가 전반적으로 "뜨고"있는 가운데 이들의 위상변화를 격세지감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은 금융계.

한 임원의 말을 들어보자.

"임원회의의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

CIO라는 단어조차 낯설었던 시기에는 타부서 임원들이 개발업무를 제시하고
이를 전산화해달라고 일감을 맡기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임원들이 정보시스템실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정보화여부가 부서의 경쟁력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조흥은행 오영황
이사).

그는 CIO출신 장철훈 행장이 등장한 것도 CIO의 위상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한다.

에스원의 김주균 이사는 목소리를 한 톤 더 높인다.

"CIO가 과거처럼 단순한 업무전산화만을 담당하는 임원이어서는 안된다.

기업의 새로운 비전까지도 제시할 수 있는 경영자의 안목도 갖춰야 한다"

CIO는 한손에는 기술을, 다른 한 손에는 경영테크닉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

CIO들이 잇따라 관련단체를 결성하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현재까지 결성된 CIO관련단체는 모두 3개.

우선 국내CIO들이 컴퓨터 관련업체 중역들과 함께 결성한 한국CIO포럼이
2백여명의 회원을 갖고 있다.

기업 전산실장들의 모임인 ITOLC(한국정보기술교류회)와 순수CIO의 모임인
SIM인터내셔널코리아도 최근 결성된 대표적 CIO관련 단체다.

이들은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CIO의 역할과 정보화전략 등에 관한 정보를
폭넓게 나누고 있다.

CIO의 인기세는 이들의 활약상을 담은 잡지의 출현으로 절정에 달한
듯하다.

CIO커뮤니케이션사가 지난해 12월 첫호를 발간한 격주간지 "CIO"가
그것이다.

이 잡지는 국내 CIO들의 활약상과 전략, 특징 등을 외국 사례와 함께 실어
국내 정보화리더들의 현주소를 읽게 한다.

또 지난 5월부터는 인터넷 웹진(www.cio.seoul.kr)도 내놓고 있다.

정보화는 멋 때문에 필요한 것이 아니다.

살기위한 선택이다.

미국 아메리칸에어가 전체 매출중 40%이상을 항공운송료가 아닌 순수
정보시스템에서의 부수입으로 올리고 있다는 사실은 국내CIO들의 역할에
대해 시사하는 바 크다.

< 박수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4일자).